젊어지고 싶은 '꽃보다 중년', 막강한 구매력으로 지갑 열어

20~30대 타깃 제품 구매… 온라인 쇼핑몰 이용률도 증가

2014-01-08     윤초롬 기자

 [소비자고발신문 = 윤초롬 기자] # 신길동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요즘 인라인 스케이트에 푹 빠져있다. 올해로 64세를 맞았지만 그의 인라인 스케이트 실력은 여느 젊은이 못지 않다. 그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지 벌써 6개월. 우연히 구청에서 운영하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인라인을 접하게 됐다. 그때만해도 주위에서는 “다 늙어서 무슨 인라인이냐”며 그를 만류했지만 지금은 박씨를 따라 인라인 스케이트에 도전한 친구도 있다. 박씨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이후로 다리가 많이 단단해졌다”며 “무엇보다 인라인을 타면 젊어진 기분이 들고 활력이 생긴다”며 인라인에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 사당동에 거주하는 주부 장 모씨는 두달 전 하안검 수술을 했다. 그의 나이 올해 53세. 꾸준히 보톡스 시술을 받았지만 성형수술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녀 때도 하지 않았던 성형수술을 이제와 하자니 겁이 났던 것도 사실. 그러나 그의 또래 친구들이 성형수술로 젊어보이게 되자 그도 결심하게 됐다. 수술 후 훨씬 젊어보인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는 그는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것에 제일 만족한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리프팅 수술도 받고 싶다”며 “또래 주부들 사이에서 동안수술은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시리즈의 인기는 샹그릴라 신드롬이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다. (출처 = tvN 꽃보다할배 홈페이지)

얼마 전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 등장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던 용어가 있으니 바로 ‘샹그릴라 신드롬’이다.

‘샹그릴라 신드롬’이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늙지 않고 젊게 살고 싶은 욕구를 의미한다.

이 용어는 1993년 출판된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샹그릴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곳은 평생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는 지상낙원이다.

과거 노화는 순응해야 할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중장년층은 노화를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소설 속에나 나오는 샹그릴라 낙원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많은 이들은 자신의 건강과 외모를 20대와 같이 유지하기 위해 의료기술의 힘을 빌리는가 하면, 옷차림과 화장도 20대와 같이 하고 자기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강남구 소재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환자의 정확한 연령대를 밝힐 수는 없지만 리프트, 주름제거, 지방이식 등의 수술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꽃중년’, ‘꽃할배’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의 소비경향도 바뀌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방문하는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 아닌 주로 20~3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들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젊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20~3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온라인 쇼핑 시장을 찾는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G마켓에 의하면 2012년 대비 2013년 60대 이상 고객의 판매율은 17% 증가했다.

인터파크 역시 2014년 1월 현재 50~60대 이상의 고객 비율은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 대비 2013년 이들의 구매율은 약 9% 성장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파크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50대 이상의 고객들은 이전의 동세대들과 달리 외모와 건강에 관심이 많고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주로 본인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이들 고객층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중장년층의 주요 관심사가 ‘오래 살기’였다면 이후에는 ‘건강하게 살기’를 넘어 최근에는 ‘아름답게 살기’다”며 “이러한 풍토 속에서 노화방지를 위한 미용 상품의 매출은 전년 대비 38.3%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심리학 전문가는 “몸짱 열풍․ 동안 열풍으로 대변되는 외모 중시의 사회적 풍토가 이러한 현상을 확산시키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