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모태 ‘제일모직’, 60년만에 역사 속으로…
제일모직 몸통은 삼성SDI로 흡수, 사명은 에버랜드로 흡수될 듯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제일모직이 60년만에 해체됐다. 삼성그룹의 2차전지·디스플레이 생산 계열사인 삼성SDI와 소재전문기업인 제일모직이 합병했기 때문. 이에 따라 자산총액 15조의 대형 계열사가 탄생하게 된다.
삼성SDI는 31일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 측도 이날 “양 회사가 오늘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해 존속법인이 되고, 제일모직이 소멸법인이 되는 구조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1대 0.4425482의 비율로 합병한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모태이자 60년 동안 쓰였던 ‘제일모직’이라는 회사이름은 에버랜드에서 그대로 쓰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날 “이번 합병을 통해 두 회사의 사업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전자재료와 케미칼 등 소재부터 부품·시스템까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특히 전자, 자동차, 전력 등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SDI의 2차 전지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삼성SDI 측은 제일모직 합병 뒤 2020년까지 매출 29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는 지난해말 기준 매출액 대비 3배 이상 성장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에 가깝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SDI의 2차 전지 소재, 제일모직의 소재 기술력이 결합해 모바일 뿐만 아니라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2차 전지 분야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1954년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은 실제로 전자와 소재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이어 에너지·자동차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일모직이 삼성SDI로 흡수됨에 따라, 제일모직의 합성수지 등 기술이 기존의 전자·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즉,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다양한 소재 요소 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고, 제일모직 역시 전자 재료 사업 분야에서 핵심 역량을 보유한 삼성SDI의 네트워크, 마케팅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합병으로 시가총액 10조원, 자산규모 15조원의 거대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핵심경쟁력을 통합해 초일류 에너지·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오는 5월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편 제일모직은 1954년 9월 ‘제일모직공업주식회사’란 이름 아래 직물사업으로 출발했다. 의류가 부족하던 시대 상황에 맞춰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설립한 국내 첫 섬유전문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