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사에 불기 시작한 피바람”
삼성그룹의 전략적 고민, 그 최종선택은 바로 구조조정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먼저 삼성증권은 근속 3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임원숫자도 약 20% 줄이기로 했다.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11일 오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경영현안을 설명하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방안을 밝혔다.
그간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증권이 300명에서 최대 5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설이 나돌았는데 이게 현실이 된 셈이다.
김석 사장에 따르면 회사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3가지 핵심방안은 비용절감, 점포체계 개편, 인력효율화 3가지.
먼저 비용절감을 위해 임원 경비의 35%를 삭감하고 임원들의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점포체계의 전면 개편을 통해 대형지점 중심으로 강화하고, 상권 규모 점포 간 인접성 등을 감안해 ‘점포 수’를 감축키로 했다.
가장 핵심인 ‘인력효율화 진행’의 경우 임원을 6명 감축키로 했다. 현재 임원은 32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은 보직변경하고 1명은 관계사인 삼성카드로 전출한다.
아울러 근속 3년차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키로 했다. 삼성증권 총 직원수는 지난해말 기준 2700명이다.
김 사장은 “어려운 시장환경으로 증권업 자체가 저성장ㆍ저수익 산업화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적자를 넘어 회사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거래행태 또한 온라인과 모바일 금융거래 확산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어 점포와 인력운영 면에서 새로운 개념의 영업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회사의 미래와 비전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특단의 경영효율화 조치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100여명을 삼성생명 등 관계사로 보내는 방식으로 인력감축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말에도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 명을 내보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직원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어떤 인사통보가 내려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분위기”라며 “서로 대화조차 안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은 악화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삼성증권의 ‘실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 중이다. 삼성증권은 2013회계연도(4~12월)에 전년도보다 실적이 악화된 영업이익 387억원과 당기순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바람을 우려하면서도, 구조조정이 기본적인 업계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응마저 자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칼바람은 삼성생명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그룹의 양대 축인 삼성생명에서도 대규모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
삼성생명은 전날 임원 15명에 대해 3명은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생명서비스 등 계열사와 자회사로 전출하고 12명의 보직은 제외했다. 12명 가운데 일부는 자회사로 옮기고 일부는 퇴임한다. 대상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측은 “일부 임원을 계열사와 자회사로 전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체 임원 70명 가운데 20%를 줄였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또한 전국에 있는 고객센터를 자회사로 분사하는 등 추가적인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 인력의 수백 명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회사로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금융투자업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냉소적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증권은 증권업 자체가 불황인데다 지난해 해외투자 손실이 발생했고, 삼성생명 또한 방만한 영업과 조직이 계속 문제로 지적돼 이번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업계 안팎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그룹 차원에서 나온 ‘전략적 의사결정’이 아니겠느냐는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금융투자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번 삼성증권과 삼성생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또 다른 계열사들은 자신들에게도 불똥이 튀길까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삼성화재와 삼성카드는 “그런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