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엔 붕어가 없다! '이름 값도 못하는 음료'

농축과즙 사용하지만 가공 중 영양소 소멸…이를 위해 첨가물 사용

2014-09-16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시중에 유통되는 가공식품 중 제품명에 부합하지 못하는 원재료 함량을 갖고 있는 식품이 많다. 게맛살에는 게살이 없고, 메로나에는 메론이 없다. 맛살은 명태 연육에 ‘게향’ 합성착항료가 들어있고, 메로나에는 ‘메론향’ 합성착향료와 메론시럽 0.15%가 들어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는 먹거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원료명 앞세운 음료 제품의 경우는 어떨까.

   
▲ 제품 명에서 유추할 수 있는 주요 원료가 채 5%도 들어있지 않은 음료

항아리 모양으로 40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속에 들어있는 실제 바나나 농축과즙의 양은 단 1%다. 다른 바나나 우유도 마찬가지다. 푸르밀 ‘생과즙 바나나 우유’는 ‘생과즙’을 강조한 제품명에 비해 바나나 농축과즙은 0.5%로 아주 미약하다. 베지밀 ‘입 안 가득 바나나 두유’는 입 안 가득 담기엔 다소 약소한 1.1%의 농축과즙이 들어있을 뿐이다.

갈증해소 뿐 아니라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최근 인기 있는 헛개수 음료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CJ '컨디션 헛개수'에 들어있는 헛개나무열매추출농축액 0.2%다. 정관장 ‘헛개 홍삼수’에 함유 된 헛개나무열매추출농축액 0.23%, 홍삼농축액은 0.03%로 더욱 미미하다. 웅진 ‘홍삼 헛개차’는 각각 0.3%와 0.02%를 함유하고 있다. 이 정도의 적은 함량으로 헛개나무 열매의 효능과 홍삼의 효능이 제대로 발휘될지는 미지수다.

이 밖에도 빙그레 ‘레몬 먹은 비타민’에는 레몬농축과즙 0.98%와 비타민C 0.35%가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매일 ‘엔요 사과 당근 요구르트’에는 사과농축과즙 1%와 노랑당근농축과즙 1%가 들었다.

특이한 점은 ‘엔요 사과 당근 요구르트’에 오히려 백포도농축과즙이 61.5%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차라리 ‘엔요 포도 요구르트’가 더 적합한 것이 아닌지 의아할 수 밖에 없다.

이마트 ‘엄마의 정성을 담은 유자 주스’는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다. 무려 3%의 유자과즙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엄마의 정성을 담았다고 하기엔 친엄마가 맞을까 싶을 만큼 야박한 수치다.

이렇듯 워낙 0.1%~1.0%의 소량 농축과즙이 들어있는 음료들이 많다보니, 5% 이상의 농축과즙 음료들을 보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사실 농축과즙은 과즙을 가열해 다섯배에서 여섯배 농축시킨 물질이다. 이를 다시 정제수와 섞어 음료 형태로 가공한다.

문제는 과즙을 농축하고, 가열해 산화되는 과정에서 과일의 영양소가 대부분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과일이 가진 특유의 섬유질은 파괴되고, 맛과 향도 떨어진다. 결국 부족한 맛과 향은 합성착향료, 구연산, 액상과당, 과일시럽 등 다량의 첨가물로 보완한다.

위 표에도 나와 있듯 조사 대상의 각 음료 안에도 각종 합성착향료가 들어있다. 바나나향, 바나나밀크향, 바닐라향, 혼합차향, 허브향, 헛개향, 현미향, 벌꿀향, 레몬향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합성착향료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섞어 맛을 낸다. 더 강한 향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착향료를 섞었는지, 얼마나 많은 함량이 들었는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합성착향료가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과잉 섭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다.

제품명에 당당히 써넣은 원료 이름과 그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함유량의 대비는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는 바나나우유가 아니라 바나나 ‘맛’ 우유를 마신다는 것을 인지하듯, 다른 음료들도 원료는 없고 ‘맛’과 ‘향’만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