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밀어내기 과징금, 남양유업 많고 정식품 적은 이유?
정식품 '베지밀 밀어내기'에도 남양유업 비해 50분의 1 불과
[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식품업계 ‘대리점 밀어내기’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은 밀어내기라도 과징금이 수준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일 두유시장 업계 1위 정식품이 대리점 밀어내기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시정명령과 함께 2억3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3년 기준 두유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하고 있는 정식품은 두유시장 2위 삼육식품보다 점유율 22.3%를 앞서며 압도적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문제는 정식품이 이번 사건으로 받은 과징금이 2013년 7월 남양유업 밀어내기 과징금인 123억 원과 비교하면 2% 수준에 불과한 미미한 금액이라는 점이다.
남양유업은 당시 부과 받은 과징금이 너무 과한 처사라며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냈지만 공정위 측은 과징금 산정에는 오류가 없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밀어내기 과징금…왜 하늘과 땅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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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밀어내기'에도 과징금 등 처벌 수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밀어내기 내용ㆍ기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품은 밀어내기 기간ㆍ대리점 수에서 남양유업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정식품이 적발된 것은 2011년부터 2013년 6월까지약 2년간 부산영업소에 한하는 내용이었지만 남양유업의 경우 약 6년간 1849개 전국 대리점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남양유업은 대리점과 상의없이 대형유통업체 파견사원 임금을 50%이상 전가해 대리점주 부담을 가중시켰다. 2012년의 경우 대형 유통업체에 총 397명 진열 판촉사원이 파견됐고 대리점은 평균 34억 원, 남양유업은 20억 원을 각각 부담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상 품목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취급기피 및 비인기 품목,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등 매출주력 품목 26개, 정식품은 신제품 및 매출부진제품, 타사와 경쟁이 치열한 통상 10~14개 제품을 매월 집중관리품목으로 선정해 밀어내기 했다.
정식품 과징금 수위가 남양유업과 비교해 낮은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공정위 관계자는 "정식품 본사차원 수사도 진행했지만 혐의점을 잡지 못했다"며 "부산영업소의 행위로 한정되다보니 과징금이 조금 적게 나온 점이 있지만 관련매출액 산정이 곤란해 정액과징금을 부과한 바람에 오히려 과징금을 많이 받은 경우다"라고 밝혔다.
"위반행위가 삼십 개월인데 부산영업소의 어떤 품목이 집중관리품목으로 선정됐는지 조차 남아있지 않아 관련매출액 산정이 어려워 정액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밀어내기…'남양유업'과 달리 소비자 무관심
남양유업 사태 발생 당시에는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등 소비자단체가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하며 언론과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이는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보다 9.9% 줄어든 1조2298억 원에 그쳤다. 영업손실 175억 원, 당기순손실 455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며 현재까지 고전하고 있는 상태다.
남양유업은 분유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밀어내기 등의 여파로 올 초 지난해 보다 7% 떨어진 44%의 점유율을 보였다.
반면 이번 정식품 사건은 남양유업과 비교해 소비자단체 등의 불매운동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약주 시장 점유율 1ㆍ2위를 차지했던 국순당, 배상면주가도 밀어내기로 각각 1억 원, 9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은 무관심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부 정 모씨(41)는 "베지밀의 대리점 밀어내기는 오늘 처음 듣는다"며 "남양 밀어내기는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돼 아직까지 이미지가 강해 손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크게 화제가 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알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식품에 대한 추후조치는 심의를 마친 상태로 의결서를 작성한 뒤 정식으로 참여위원 서명을 받아 송달할 예정"이라며 "업체에 전달되면 서면통지명령으로 법을 위반 사실을 거래 중인 모든 대리점에 통지해야하는데 만약 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조치 불이행으로 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