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0%' 고무줄 약값…의약품 정가제가 해결책?

현행 '오픈프라이스제' 놓고 대한약사회-보건복지부 "온도 차"

2014-12-12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약값이 약국에 따라 최고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고무줄 약값’ 논란에 휩싸이자 약사회가 ‘의약품 정가제’ 도입을 주장했다.

지난 11월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의약품은 국내 약국 간 최고~최저값 차이가 최대 200%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예로 베링거잉겔하임 둘코락스 좌약은 약국에 따라 최저 1000원에서 최고 3000원까지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가격차가 무척 컸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동일 제품에 대해 국내 약국 판매 가격이 최대 200%까지 차이가 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약품 구입 시 가격을 거의 비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능동적으로 가격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에 대한 가격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 가격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판매자가격표시제' 폐지…'의약품 정가제' 건의

한국소비자연맹의 주장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정면 반박에 나섰다.

해당 조사에는 판매가격 착오 또는 약사법을 위반해 구입가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한 불법약국 사례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최저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둘코락스 좌약의 경우 주요 도매상의 약국 출하가격을 확인한 결과 최저 1700원에서 최고 1800원에 공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측은 “의약품은 질환 발생 시 긴급하게 복용해야 되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판매자가격표시제도는 일반 공산품과 같이 약국 간 가격 경쟁을 조장해 소비자의 의약품 가격에 대한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 구축을 위해 현행 오픈프라이스제도(판매자가격표시제도)를 폐지하고, 의약품 정가제 또는 표준소매가제도 등 새로운 가격제도를 도입 할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약국마다 가격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대해 대한약사회가 의약품 정가제 및 표준소매가제를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약국마다 다른 일반의약품 가격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 발표 이전에도 각종 언론과 기관을 통해 여러 번 지적 된 사항이다.

또한 그때 마다 약사회는 표준소매가제도 부활을 주장했다.

▶동네약국 "차라리 약가정찰제 시행했으면"

한국제약협회가 가격을 결정해 온 의약품 표준소매가제는 병원 및 약국의 약값이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시민단체 지적에 따라 1999년 3월 폐지된 제도다. 현재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의 가격 책정은 판매자 가격 자율 표시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의약품 판매자가격표시제는 약국에서 약품 가격을 정하는 제도로 제약사가 약국에 공급한 가격 선 이상에서 약국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

성동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 모씨는 “판매자 가격 자율 표시제도 하에서 약국마다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만약 모든 약국에서 가격이 다 똑같았다면 오히려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시 약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준소매가제를 폐지하고 판매자가격표시제를 도입해 놓고 이제 와서 그에 따른 부작용을 모두 약사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사들이 약값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이 무척 불쾌하다”며 “동네약국은 대형약국에 비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유명 의약품은 마진도 크지도 않다. 차라리 약가 정찰제를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 "소비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공감대 형성 필요"…신중한 입장

그러나 정부는 가격 정찰제가 규제완화 정책 및 자율경쟁 취지에 역행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건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에 따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서 현행 판매자가격표시제도를 도입한 것”이라며 “오히려 일률적으로 가격을 규정하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통로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표준소매가제도 시행이 무조건 저렴한 가격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제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반의약품 같은 경우 당연히 약국마다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런 점이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약국마다 원가 요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마다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약국의 입지, 규모, 지역, 도매 공급가, 약국 정책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또한 “최근 가격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며, 가격 정책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어떤 방향이 소비자에게 더 이로운지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의약품 가격 조사를 진행 중이며, 소비자들에게 의약품 가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