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켠 행정당국, 뿌리치고 질주하는 '우버택시'

성폭행ㆍ바가지요금 등 잇단 논란 속 올해만 200만 건 돌파

2015-01-22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유사 콜택시 서비스 ‘우버(Uber)’를 두고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소비자 사이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버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차량을 불러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버를 지난해 최고의 시장파괴자(disrupter)로 선정했다.

탄생한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우버의 새로운 서비스가 전 세계 51개국 230개 이상 도시의 택시서비스에 대변혁을 불러왔다고 평가한 것이다.

현재 우버의 기업 가치는 비공식적으로 최소 250억 달러(약 27조8천675억 원)에서 최대 300억 달러(약 32조4천81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고의 시장파괴자이자 공유경제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우버. 그러나 유럽 및 아시아 국가의 행정 당국과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새해들어 우버택시의 주행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ㆍ택시조합 vs 우버 기싸움 팽팽…갈등 커져

우버 서비스는 크게 우버블랙과 우버엑스, 우버택시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반 택시와 승객을 연결시키는 우버택시를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는 국내에서 모두 불법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서울시는 우버택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우버 영업행위 신고 시 최대 1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금제'를 내걸었다.

당시 우버 관계자는 "신고포상금제는 서울시 공유경제 지원에 대한 일탈을 의미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고를 촉구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우버 측은 ‘벌금대납’ 카드를 꺼내며 맞불을 놓았다. 우버 영업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영업 참가자들의 불이익을 보전해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끊임없이 제재를 가하는 서울시와 절대 운행을 멈출 계획이 없다는 우버의 대립은 해를 넘겨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내 택시업계도 우버 영업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은 우버택시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증거자료 10건을 모아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는 택시업계도 신고포상금제에 적극 동참해 우버에 영업 중단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증거자료는 법인택시조합이 조합 소속 255개 택시업체를 대상으로 불법영업 증거를 수집한 것이다. 증거를 모으기 위해 법인택시 9개사에서 우버차량을 직접 이용한 뒤 수집했다.

서울택시업계가 전체 회사 차원에서 불법 영업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택시업계는 앞으로도 우버 등 불법유상운송행위에 대한 증거수집을 계속해 추가 고발한다고 밝혔다.

서울택시조합 오광원 이사장은 “우버가 불법영업을 계속할수록 우버 운전자들이 범법자로 양산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 우버영업을 중단한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용자들도 갑론을박…"우버 편리해" vs "불법은 불법"

수 많은 논란 속에서도 우버는 새해 들어 이용 횟수가 200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히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1월 1일 0시에 차량에 타고 있던 승객만 약 10만 명에 달했다고 우버는 설명했다. 1일 0시 이후 스마트폰으로 우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은 경우는 2만 건을 넘었다.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렸을 때는 초당 58대 이상의 차량이 손님을 태웠다.

   
▲ 올해 우버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2만 건 이상 (출처=우버공식블로그)

연말연시 상당수 승객들이 새벽 귀가를 위해 우버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LA에 거주하며 우버를 이용하고 있다는 S 씨는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가격이 저렴해 애용하게 됐다"며 "한 운전자는 파트타임으로 하다가 최근 풀타임으로 바꿨는데 아주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우버를 자주 애용한다는 K 씨는 "30분 넘게 택시를 못 잡고 기다리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우버택시가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며 "이번 연말에 강남역에서 우버엑스를 이용해 편하게 귀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에 사는 P 씨는 “우버가 한국 택시서비스를 개선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으나 그것도 우리가 쌓아올린 법 제도를 심각하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개인의 소회를 밝혔다.

수원으로 직장을 다니는 J 씨는 "분명 좋은 서비스라는 것은 알겠지만 안전문제 때문에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에 우버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서도 사건·사고 끊이지 않아…‘빨간불’ 켜진 우버

   
 

해외에서도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우버택시 운전기사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며 우버의 안전성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사건이 발생한 인도 뉴델리에서는 우버택시의 영업을 전면 금지됐다.

인도에 이어 최근 호주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일 호주 경찰에 따르면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가 펼쳐졌던 멜버른 중심가 킹 스트리트에서 우버택시를 호출해 탑승했던 19세 여성 승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31세 운전기사를 체포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는 택시영업용 허가증도 발급받지 않은 상태에서 우버택시를 몰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제기돼 온 우버택시 운전자의 신원 문제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네덜란드 법원에서는 우버택시 서비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네덜란드 통상산업법원은 ‘우버팝 서비스’를 금지한 정부 결정을 인정해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10만 유로(한화 1억3,7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중국에서도 우버의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중국 1위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와 손잡고 야심차게 중국 공략에 나선 우버를 겨냥해 중국 정부는 영업용 면허를 받지 않고 자가용으로 택시 운행을 할 경우 엄격하게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과도한 사납금 문제로 뜨거웠던 택시업계 불꽃이 우버로 옮겨 붙으며 퇴출을 요구하는 최대 규모의 전국 파업이 진행됐다.

전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잡음에도 불구하고 우버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우버의 가치 또한 뛰고 있다.  

최근 불법영업 외에도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른 우버의 아슬아슬 곡예주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