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젠틀맨의 고품격 액션과 B급 유머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외화 중 최고 흥행 기록 갱신

2015-03-02     김은주 기자

※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관객 수 337만 명을 가뿐히 돌파하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외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07년 개봉해 관객 수 292만 명을 기록하며 9년간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던 영화 ‘300’을 제치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외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에 드디어 킹스맨이 그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 설날 특수를 노리며 개봉한 한국영화 <조선명탐정>과 <쎄시봉> 사이에서 의외의 복병 <킹스맨>이 보여준 저력과 이후에도 식지 않고 계속되는 독주체재는 영화 보다 더 놀라운 반전 그 자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면접? ‘젠틀맨 스파이’

높은 IQ와 주니어 체조대회 2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유년시절 이력! 그러나 학교 중퇴에 해병대 역시 중도 하차하고 이후 평생 동안 직장은 가져본 적도 없이 살아가던 루저 ‘에그시(태론 에거튼 분)’가 ‘젠틀맨 스파이’로 전격 스카우트 됐다.

전설적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는 차를 훔치다 경찰서에 구치된 에그시를 구제하고, 그의 탁월한 잠재력을 간파해 전설적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 면접에 참여시킨다. 과거 에그시의 아버지 역시 킹스맨의 촉망 받는 요원이었으나 임무 도중 해리 하트를 살리다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런던의 평범한 양복점 내부에 연결 된 킹스맨 본부. 그곳에 목숨까지 걸어야 할 만큼 위험천만한 훈련을 통과해야 하는 킹스맨 후보들이 모였다. 최종 멤버 발탁을 눈앞에 둔 에그시는 수많은 인간을 몰살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인류를 보존하겠다는 괴짜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 분)과 대립하게 된다.

‘어른’남자 콜린 퍼스, ‘어린’남자 태론 에거튼…극과 극의 매력 뽐내

말끔한 수트와 구두, 순식간에 무기로 변신하는 지팡이와 만년필 그리고 안경까지 완벽하게 장착한 영국 신사 콜린 퍼스는 영화 내내 최고의 엘리트 요원으로 손색 없는 비주얼을 뽐낸다. 곧 환갑이 다가오는 나이에도 수많은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은 그의 노련미와 섹시함은 이 영화의 최고 백미다.

반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태론 에거튼은 스냅백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아디다스 옷과 운동화를 즐겨 입는 악동 코디로 콜린 퍼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거기에 아이같이 장난기 많은 표정과 재기발랄한 행동, 동물과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반전 매력이 모성애를 자극해 여심을 흔든다. 어린아이 같던 그가 점점 완벽한 엘리트 요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마치 그의 부모가 된 것처럼 흐뭇함을 느끼게 된다.

외향, 나이, 성격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가 보여주는 상반된 매력은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킹스맨의 원동력이다.

잘 만들어진 B급 영화…신선함 그 자체! 유쾌함과 불쾌함 사이?

스파이 액션 블록버스터물 <킹스맨>은 흥미로운 스토리, 멋진 액션, 깨알 같은 코믹 요소까지 영화를 관람하는 130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잘 만들어졌다.

특히 한국 영화 <올드보이>의 명장면으로 자주 회자되는 ‘장도리 씬’을 참고한 킹스맨의 교회학살 난투극 장면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다. 노장의 콜린 퍼스가 3분 44초 간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진행 되는 멀티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동안 관객들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극에 몰입하게 된다.

킹스맨은 개인적 가치관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다. 킹스맨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답게 잔인하다. 하지만 그러한 잔인함을 여느 청불영화들처럼 무겁고 어둡고 진지하게 그리지는 않았다.

감독은 오히려 그런 점을 경계하듯 듯 노골적으로 B급 유머와 감성을 적재적소에 양념처럼 첨가했다. 이 때문에 죽음을 게임놀이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다뤄 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

한 예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음악에 맞춰 사람들의 머리가 폭죽처럼 펑펑 터져나가는 블랙코미디에 누군가는 유쾌하게 웃고 누군가는 불쾌함에 눈살 찌푸릴 수 있다.

마니아층 영화라는 편견 깨고 대중성까지 사로잡아…“그래서 후속편은 언제 나옵니까?”

개봉 전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한민국은 현재 ‘킹스맨 앓이’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몇 백 개씩 킹스맨의 이야기가 올라오고, 일상 속 동료와 친구들간의 잡담에서도 킹스맨과 콜린퍼스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영화에 푹 빠져 킹스맨을 2번 이상 관람했다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일부 마니아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누적관객 300만을 넘긴 킹스맨의 객관적 수치부터 심상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 킹스맨의 인기가 뜨겁게 타오르며 자연스럽게 후속편 제작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기대도 커지고 있다. 킹스맨을 연출한 매튜 본 감독 역시 속편 제작에 대해 열린 답변을 내놔 그 가능성을 일부 시사했다.

현재 극장에서 한창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해 벌써부터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크게 만족스러웠기 때문일 것. 청불 등급 외화 중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킹스맨의 돌풍과 그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무척 궁금하다.

가장 완벽한 오락영화. 영화가 끝난 뒤 2분가량의 소중한 쿠키영상을 놓치지 말 것.

2015년 2월 1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