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계 도 넘은 '갑질'…중소업체 폐업까지 몰고가

갖은 핑계로 대금 지급 차일피일 미뤄…미약한 과징금 비판 여론도

2015-04-09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유명 아웃도어 업체 ‘에코로바’와 골프웨어 브랜드 루이까스텔을 운영 중인 ‘브이엘엔코’가 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갑(甲)질을 일삼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 이하 공정위)는 에코로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300만 원을 부과하고, 브이엘엔코에는 10억8,300만 원의 대금지급 등의 시정명령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코로바, 일방적 발주 취소…대금 지급 미뤄 업체 폐업까지

1982년을 시작으로 올해 창립 33주년을 맞이한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에코로바는 ‘작고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만든다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공정한 가격유지에 힘써왔다고 자평했지만 이번에 힘없는 중소 업체를 폐업까지 몰고 간 악랄한 갑질 행적이 드러나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코로바는 지난 2012년 6월 협력 업체에 등산화 6만 켤레를 주문한 뒤 1차로 납품 받은 2만 켤레에 대한 대금 4억5,000여만 원 중 2억 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물건을 납품 받은 후 15일 이내에 대금지급이 이뤄져야 하지만 에코로바는 최소 18일에서 최대 39일까지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뿐만 아니라 2차로 납품받은 4만 개의 대금 9억5,000여만 원에 대해 납기지연 등을 핑계로 이메일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해당업체가 납기일을 지키지 못한 이유는 1차 납품분에 대한 에코로바 측의 대금 결제가 늦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업체는 재무 상황이 악화돼 폐업했다.

협력 업체가 문을 닫자 에코로바는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 공장에 주문이 들어간 4만 켤레를 헐값에 사들였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아닌 자회사 명의로 수급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자신이 원사업자의 역할을 수행한 에코로바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엄중 제제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처벌을 받게 된 에코르바 측은 곧바로 관련 증빙 자료를 준비해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로바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곧바로 제소했고 아직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정확한 사측의 입장 발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브이엘엔코, 납품 받고 3개월이 지난 뒤 제품하자 이유로 대금지급 안 해

에코르바에 이어 골프웨어 브랜드 ‘루이까스텔’로 유명한 브이엘엔코도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

브이엘엔코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급 사업자에게 골프 의류 8종 12만3,400개의 제조를 위탁했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대금과 지급 방법 등 법정 기재사항이 일부 누락된 서면을 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해 3월 수급 사업자로부터 납품받은 골프 의류 6종 5만5,948개 제품의 하자를 이유로 10억7,600만 원의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브이엘엔코 측은 “수급 사업자가 검사 업체를 회유해 하자있는 제품을 정상 제품으로 둔갑시켜 납품했기 때문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하자가 있더라도 납품받은 제품들이 브이엘엔코가 지정한 검사 업체의 품질 검사에서 모두 합격했다”며, “납품받고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제품 하자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취소한 것은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다”라고 일갈했다.

브이엘엔코는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납품 받은 제품 대금 11억9,700만 원을 만기일이 60일을 초과하는 어음대체 결제수단으로 지급하면서 수수료 7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처벌 수위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

일각에서는 피해를 입은 하도급 업쳬가 결국 폐업까지 이르게 된 것에 비해 에코로바에 내려진 과징금은 고작 5,300만 원으로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사안으로 에코로바 올린 수익이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과징금 액수는 턱 없이 적다는 것.

이 때문에 하도급법 위반 업체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징벌적 과징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코엑스 등 8개 전시장 사업자의 협력 업체 지정 계약서상의 부당한 사업자 면책 조항, 포괄적인 계약 해지 조항, 부당한 중재 합의 조항 등 8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원사업자와 수급 사업자 간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적발될 경우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