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수상회> 폭풍감동 어버이날 전용 실버로맨스
※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박근형, 윤여정 출연. "어? 이거 꽃보다...", 게다가 "어? 엑소 찬열?"
너무 훌륭한 두 배우와 또 너무 훈훈한 아이돌이다. 좋다. 좋지만 너무 이름값으로만 승부보려는 영화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쳤다.
게다가 출연진을 더 살펴보면 흥행 보증수표 반열에 오른 조진웅-김정태 라인으로 중심을 탄탄히 잡았고 여기에 한지민은 화룡점정이다.
20대 연기 초년생부터 70대 최고령 출연진까지 최근 그야말로 '핫'하다는 배우들이 총출동 했다. 그만큼 기대치가 점점 떨어진건 왜 일까.
그런데 감독은? 심지어 감독이 강제규다. <은행나무침대>, <쉬리>, <태극기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 감독이라고? 실버로맨스? 허허허 영화 시작한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실버로맨스, 그리고 감동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야 감독을 확인했다. 당연히 남북 분단, 6·25전쟁이 소재여야 할 것만 같은 감독. 하지만 박근형과 윤여정으로 어떻게 블록버스터를 찍을 것이란 말인가.
과도할만큼 화려한 출연진, 블록버스터 전용 감독의 의문의 로맨스영화.
영화 <장수상회>는 꼬장꼬장한 할아버지 칠성(박근형 분)과 그의 따뜻한 가족이야기였다. 영화는 예고편과 포스터를 통해 모두들 기대했던 것처럼 달콤한 실버로맨스가 펼쳐진다.
막 달달함이 지루해질 즈음 진짜가 나타난다. 영화 막판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감동은 마치 전쟁처럼 관객들의 눈시울에 폭격(?)을 가한다.
이 장치를 두고 혹자들은 개연성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을 관통하는 가족, 고령화, 사랑을 극적으로 풀어내는 가운데 꼭 개연성이 필요한가 싶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이진태(장동건 분)가 구두닦이에서 전쟁영웅으로 진화해 나가는 과정은 개연성으로 치자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감동에 꼬치꼬치 개연성을 부여하지는 말자. 영화는 허구다.
<장수상회>는 정말 이 시대를 사는 가족들이 직면해 있고, 또 고민하고 있는 것을 다뤘다. 이제는 강제규 감독을 블록버스터 전용감독에서 시대를 읽어내고 싶은 감독이라 보면 될 것 같다.
▶가족의 달, 꼭 잊지말아야 할 이름
“거 이름이 뭐요?” “나는 별 성 자에 일곱 칠 성칠이요”
유독 <장수상회>에서는 이름을 묻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성칠은 끊임없이 묻는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름을 묻고, 또 자신의 이름을 설명한다.
어린시절 처음 소녀를 만났을 때도, 앞 집으로 이사 온 금님(윤여정 분)을 만났을 때도. 언제나.
그리고 성칠은 이름을 계속 잊어간다. 소중한 기억들을 잃어간다.
젊은 시절 일기장부터 벌써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딸의 어린시절 그림일기장까지 소중한 추억들을 억척스럽게도 간직해 온 성칠은 치매를 앓고 있다.
성칠은 '가슴에 묵직하게 앉은 돌덩이 같은' 자식들을 앞에 두고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가리켜 뻔뻔하다 말하며 통곡한다.
당신의 이름, 아들의 이름, 딸의 이름. 모든 것을 잃어감에도 기억하고 싶은 이름들이 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처럼 꼭 표시하지 않아도 달력에 표시된 날도 있고, 공교롭게도 부처님는 이 좋은 달에 태어나셔서 가족들과 보낼 시간을 만들어 주셨다.
부모님이 주신 좋~은 이름들 한 번씩 불러보자.
<장수상회>는 대진표가 좋지 못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분노의 질주-더 세븐> 등 대형 외화들이 줄지어 개봉한 4월 극장가에서 스멀스멀 100만 명을 돌파했다(5월 7일 기준 누적관객 111만3,035명).
봄이 언제 왔냐는 듯 벌써 여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팝콘 먹던 손으로 눈물을 닦지 않으려면 반드시 손수건을 준비할 것.
드라마, 멜로/로맨스 2015년 4월 9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