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살리는 시중은행 '중금리대출'…저축은행만 '울상'
"은행권 고객은 저신용자 아냐" 불만…광고 규제까지 겹쳐 설상가상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지원책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저축은행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중금리상품 출시 박차
지난달 2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대책 중 하나는 10%대 중금리대출 활성화다.
정부는 은행-저축은행 간 연계영업을 통해 10% 초중반 금리를 제공하면 서민들의 대출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계영업은 은행 대출한도 부족 고객을 대상으로 은행이 1차 신용평가를 거쳐 저축은행에 소개하면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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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비뱅크에서는 직업소득에 관계없이 최소1백만원부터 최대 1천만원까지 대출 가능하다 |
정부 발표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하거나 출시 준비 중에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2일부터 중간 신용등급 직장인을 위한 모바일 대출상품을 출시했으며 신한저축은행과의 연계대출상품인 '허그론'도 함께 판매 중이다.
지난달 26일 우리은행은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범하고 SGI서울보증과 협약해 ‘위비 모바일대출’ 상품을 내놨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이 필요한 서민대출대상자 고객인 경우 KB새희망홀씨 또는 KB저축은행과 연계영업 중인 착한대출 상품을 안내해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준비 중인 NH농협저축은행과 연계영업 상품이 출시되면 비록 소액이지만 서민들이 기존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듯하다”면서 “성실하게 상환하면 신용등급도 쌓아갈 수 있고 저금리로 옮겨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정책 저축은행만 '울상'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지원책으로 울상이다.
특히 금융지주계열에 속하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중금리대출 상품 시장에 시중은행들이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경계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대부업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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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량고객을 상대하는 금융지주계열사들이 서민금융을 맡는다는 것 자체도 의문이지만 대출받으러 제1금융을 가는 고객이 어떻게 서민이며 저신용자일 수 있겠냐"며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지주에 포함된 저축은행이 나서 서민금융도 하고 골목상권 대출까지 하면 업권만 구분돼 있지 상대하는 고객 층은 같아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최근 ‘대부업법’ 개정으로 최고금리를 현행 34.9%에서 29.9%로 5%p 인하하겠다고 공개한 터라 저축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도 영리단체이기 때문에 금리를 5% 인하하면 그동안 안고 가던 8~10등급 고객은 취급하지 않게 되고 5~7등급 고객들만 상대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또 저축은행과 고객층이 같아지고 8~10등급 고객은 결국 사금융으로 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저축은행들은 광고규제까지 받게 될 상황이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텔레비전 시청이 가능한 시간대에 저축은행의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광고 문구나 표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SBI, OK, 웰컴, JT친애, HK 등 방송 광고를 하는 저축은행 5개사와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0일 신용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광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