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vs 대상 '파스타소스', 콘셉트 표절? 노이즈마케팅?

샘표 '콘셉트 도용 문제' 제기후 대상 '2004년부터 사용한 문구' 반박

2015-08-12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식품업계 두 전통명가 사이에 브랜드 콘셉트 도용을 둘러싼 날 선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샘표식품(대표 박진선)은 자사 브랜드 콘셉트를 대상(대표 명형섭) 측이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상은 이미 11년 전인 2004년부터 광고에 대대적으로 활용했던 기획이라고 맞서면서 논쟁이 점차 가열되는 분위기다.

▶샘표 “제품 콘셉트 및 프로모션까지 도용“…대상 측에 문제제기

문제가 처음 표면화 된 것은 지난 9일, 샘표 측이 대상에서 최근 출시한 청정원 이탈리아 파스타 소스 4종에 대해 자사 폰타나의 브랜드 콘셉트인 ‘맛으로 떠나는 여행’과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부터다.

폰타나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인 파스타소스는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콘셉트로 적용해 지난 2013년 11월 출시된 제품이다.

   
▲ 샘표 측이 주장하는 콘셉트 도용 내용 (출처=샘표)

샘표식품은 대상 ‘청정원’이 최근 새롭게 출시한 파스타소스 제품과 관련해 진행한 프로모션과 관련해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문구를 도용했다고 지적했다.

샘표 측에 따르면 청정원은 파스타소스를 리뉴얼 출시하면서, 폰타나 파스타소스 제품 콘셉트를 그대로 도용해 제품 패키지 및 출시 보도자료 등에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 지도를 표기하는 등 제품 패키지에 적용된 디자인과 설명문구는 물론, 매장행사의 상품판매대배너광고(POSM)에도 인용했다.

제품 콘셉트를 베낀 것도 모자라 프로모션까지 도용하는 등 '도의에 어긋나는' 행태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 샘표 측의 입장이다. 앞서 대상 청정원 파스타소스 담당자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샘표식품 측은 “브랜드 콘셉트의 방향성을 잡고 제품을 기획·출시하기까지는 많은 비용과 시간·인력이 투입된다”며 “시장 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그대로 도용해 사용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상 “2004년부터 먼저 사용했던 문구”…명예훼손 등 적극 대응 방침

파스타 소스의 대표적인 고장인 이탈리아 정통 콘셉트를 국내에 제품화하는 사례만으로 도용이라는 샘표 측 주장에 대해 "도 넘은 1위 업체 흠집내기"라며 일축했던 대상은 "오히려 샘표가 자사 제품 콘셉트를 도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애초 대상 측은 상표로 등록조차 돼 있지 않는 일반적인 상용구에 대해 브랜드 도용을 언급하는 것은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반박을 자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공식 입장을 적극 전개했다.

   
▲ 2011년 대상 청정원 '쿡조이' 광고 (출처=대상)

대상에 따르면 샘표 측이 주장하고 있는 제품 콘셉트와 카피는 이미 11년 전인 2004년 대상이 레토르트 제품 브랜드인 ‘쿡조이’ 광고에 대대적으로 활용했던 기획이다.

대상은 ‘청정원 쿡조이의 맛으로 떠나는 세계 요리 여행’을 주제로 최민식, 김정은을 광고모델로까지 기용해 지상파 광고를 포함한 마케팅을 진행한 바가 있기 때문에 샘표 측의 무단 도용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이 점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상 측은 “식품업계는 여러 가지 악재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업계 선두업체로서 당사는 식품업계 발전을 위해 동종 업체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줄여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왔으며 사실 이번 논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도 특별한 대응을 삼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이어 “동종 업계로서 진흙탕 싸움을 피하고자 노력했으나, 샘표 측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 하에 대응하게 됐다”며 “샘표 측에서는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고 하는데 우리는 받은 적이 없다. 또한 민감한 내용에 대해 휴일에 기습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여론을 호도한 샘표식품의 의도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계속되는 논쟁, 장기전 이어지나

대상의 2차 발표 이후 샘표 측은 단순히 광고 카피의 유사성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며, 논쟁의 본질을 정확히 파약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샘표 관계자는 “우리는 동일한 파스타 제품에 동일한 콘셉트를 적용, 동일한 메시지를 담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만약 문제가 된 제품이 파스타소스가 아닌 다른 제품군이었다면 아마도 이처럼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문제는 우리 브랜드의 존재가치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문제 제기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샘표 폰타나 제품(위), 대상 청정원 제품(아래)

반박 자료까지 내놓았지만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샘표에 대해 대상은 더 이상의 대응은 자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상의 한 관계자는 “처음엔 문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놓고 우리 측에서 명확한 반박 자료를 내놓으니 말을 바꾸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월드 트래블 소스를 메인테마로 잡고 그 중 첫 번째로 이탈리아 파스타 소스가 나온 것 뿐, 샘표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을 콘셉트로 한 프로모션을 전개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샘표식품은 이번 도용 건과 관련해 대상 측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있으며, 대상 역시 샘표식품이 벌인 도 넘은 노이즈마케팅에 대해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자세를 표명하길 원하는 등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평행선을 걷고 있어 이번 도용 관련 논쟁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한편, 식품업계에 따르면 현재 600억 원 규모의 전체 파스타소스 시장에서 대상은 시장점유율 38%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샘표는 1.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수록 손해보는 쪽은 불보듯 뻔한게 아니냐는게 일각의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