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설마 내년에도 이럴 건가요?

2015-11-16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안타깝게도 이번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낡은 가전제품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는 없었다.

냉장고, 세탁기는커녕 변변한 겨울옷 한 벌 건지지 못했다. 기껏해야 저녁 운동 후 편의점에서 과일음료를 1+1으로 구입한 게 ‘그 대단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체감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내수진작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처음 시행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지난 달 14일 막을 내렸다. 

단 2주간의 행사 기간 동안 참 많은 뒷말이 쏟아져 나왔다. 업체들은 저마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으로 명명해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할인 품목 수는 턱없이 적고, 할인 폭도 형편없어 애당초 높지 않던 약간의 기대치마저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무늬만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원조인 미국은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연말까지 연중 최대 세일을 진행한다. 1년 내내 적자였던 기업도 이때를 기점으로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가 기재된다 할 정도로 미국 기업들의 최대 대목이며, 소비자들에게도 회사에 휴가까지 쓰고 기다릴 만큼 큰 행사다.

전자제품, 의류, 가구 등 다양한 제품이 최대 80~90%까지 파격적인 할인가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신형 갤럭시 시리즈를 단 돈 1달러에 쟁취하는 그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 것 일까.

올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속 빈 강정’ 취급 받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만 참여 했을 뿐 삼성과 같은 제조업체는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유통업계 주도로 행사가 이뤄지며 할인 폭에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게다가 정부는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유통업계에 행사 계획을 알렸다.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그만큼 행사 내용도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일부 업체들이 미끼상품을 내걸고 할인율을 뻥튀기하는 등 얄팍한 꼼수를 부리면서 소비자들의 실망감을 배가 시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행사였지만 준비기간 부족, 낮은 할인율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22개 참여업체의 매출이 7,200억 원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 체감이야 어쨌든 수치적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봤으니 내년에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분명히 시행될 것이다.

정부는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를 정례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는 정부와 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도 만족하는 ‘진정한 블랙프라이데이’가 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한 번은 믿고 속아 준 소비자들을 또 한 번 기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내년에는 하려면 정말 제대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