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프리미엄 라면, 소비자에 득일까 실일까
짜장·짬뽕 이어 비빔면까지 영역 확대…"마케팅 꼼수"vs"선택폭 확대"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불리던 ‘라면’이 최근 식품업계 고급화 열풍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어 화제다.
라면업계는 프리미엄 짜장, 짬뽕이 연이어 성공하자 비빔면까지 출시하며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파이 키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면 맛은 좋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운 프리미엄 라면의 잇단 출시 소식에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대세' 농심·오뚜기…’비빔면’ 꺼낸 팔도·삼양
대한민국은 현재 프리미엄 라면 전성시대다. 지난해 상반기 농심 ‘짜왕’이 열풍을 시작하더니 하반기에는 오뚜기 '진짬뽕'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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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 비빔면(출처=팔도 홈페이지) |
최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라면 매출 중 프리미엄 라면 비중은 61%로 전년동월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프리미엄짬뽕은 라면업계 부동의 1위 신라면을 누르는 이변을 낳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오뚜기 진짬뽕과 농심 맛짬뽕이 나란히 라면 판매 순위 1,2위를 차지하며 농심 신라면을 3위로 내려앉혔다.
짜장, 짬뽕 시장에 주도권을 잡지 못한 팔도와 삼양은 프리미엄 비빔면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양은 신제품 ‘갓비빔’을 출시했으며, 팔도는 동일 가격에 용량만 20% 늘린 비빔면 한정판을 내놓았다.
▶"비싸도 너무 비싸" 마케팅 꼼수 지적
프리미엄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높은 가격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김자혜) 물가감시센터는 라면업체들의 무분별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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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라면과 프리미엄 라면 가격 비교(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
농심 맛짬뽕(1,245원)은 자사 일반제품 신라면(630원)보다 97.6% 더 가격이 높으며, 오뚜기 진짬뽕(1,370원)은 진라면(550원)보다 149.1% 비싸다.
실제로 AC닐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봉지 당 평균 단가는 833원으로 전년동월(735원)에 비해 거의 100원이 증가해 프리미엄 라면이 전체 라면시장의 평균단가를 올리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임을 감안하더라도 원재료가 대비 가격 인상폭이 지나치게 크다”며 “라면업체들이 이러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꼼수를 사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에 사는 자취생 김 모(25)씨는 “부담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던 먹거리들이 프리미엄의 탈을 쓰고 가격이 오르면서 장벽이 생기는 것 같아 슬프다"며 "당장 부담스러워진 라면을 보면 더 이상 ‘서민음식’, ‘국민음식’이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체 측 "소비자 니즈 반영, 선택폭 확대"
라면업계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해 가격 인상 꼼수라는 지적에 정면 반박했다.
한 라면업체 관계자는 “개발비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신제품을 기존 라면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완전히 차별화 된 제품을 출시한 것인데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최근 라면업계가 출시한 고가 제품군은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며, 매출 실적에서 보듯이 업체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과 품질이 업그레이드 된 라면을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서울 돈암동에 사는 직장인 이 모(31)씨는 “주말에 대형마트를 가면 항상 프리리엄 라면을 한 가득 구매한다”며 “기존 라면이 질리던 참이었는데 색다른 프리미엄 라면이 나와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