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쿠팡 "1원도 양보없다"…최저가 경쟁 끝은?
全유통업계, 역마진 불사 과열 우려…과도한 마케팅 소비자 '혼란'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유통업계는 이마트의 적극적인 행보로 온-오프라인 경계없는 ‘최저가’ 전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마트는 ‘전 유통업계 최저가’라는 깃발을 내걸고 온라인몰과 소셜커머스 등 국내 유통시장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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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 이마트가 최저가 기저귀를 선보였다(출처=이마트) |
▶이마트, 최저가 '선전포고'
이마트(대표 이갑수)는 먼저 쿠팡(대표 김범석), 위메프(대표 박은상), 티몬(대표 신현성)등 소셜커머스의 핵심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저귀·분유·여성위생용품 등 생필품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기저귀는 대형마트보다 최대 35%, 소셜커머스보다 최대 15% 가량 저렴하다. 분유 역시 전 유통업계 통틀어 35% 이상 낮은 가격을 내세웠다.
‘최저가 선언’은 생각보다 빠르게 효과가 나타났다. 최저가 선언 후 3일간 기저귀의 총 판매량이 2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4년 이마트 창립행사 당시 기록한 4,500여 개를 훌쩍 뛰어 넘은 것으로, 이마트 측은 이번 도전으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마트몰의 기저귀 판매량은 전년대비 1,254%(2/18~28), 분유는 394%(2/23~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같은 기간 오프라인 이마트에서 전년대비 기저귀 판매량이 282%, 분유 판매량이 13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행사의 파급력이 훨씬 높았음을 알 수 있다”며 “향후 ‘쓱 배송’을 바탕으로 한 이마트몰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즉각 대응'
소셜커머스는 더 노골적으로 ‘마트보다 싸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지난달 25일 위메프는 기저귀, 분유를 시작으로 매주 새로운 최저가 상품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특히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해 실시간 최저가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메프 관계자는 “몸이 무거운 오프라인 마트와 달리 차별화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물류의 효율성은 높이고, 재고 부담 및 유통 마진을 줄여 대형마트 대비 근원적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19일 티몬도 자사의 ‘슈퍼마트’를 통해 대형마트보다 7.5% 저렴한 14종 여성위생용품에 15% 추가 할인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최근 대규모 투자유치, 총알배송 등으로 유통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쿠팡도 경쟁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마트와 쿠팡의 싸움은 더욱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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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유업 분유 임페리얼XO의 이마트, 쿠팡 가격 비교(출처=각 사 홈페이지) |
남양유업 분유 임페리얼XO(1단계, 800g)는 좋은 예다.
이마트가 해당 제품을 2만4,680원에 발표하자 쿠팡은 같은 제품을 2만3,500원으로 낮췄다.
현재 해당 제품은 이마트가 2만2,500원(100g당 2,813원)까지 내린 상황이며, 쿠팡은 3통을 묶어 파는 형식으로 100g당 2,683원까지 내려 결국 최저가를 맞췄다.
파스퇴르 위드맘(1단계, 750g) 역시 치열한 경쟁 끝에 이마트는 현재 1만9,400원에 판매 중이며 쿠팡은 3통을 묶어 5만8,200원에 판매 중이다. 양사 모두 100g당 2,587원으로 1원의 차이도 없는 가격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마진까지 감수하며 경쟁에 뛰어드는 유통업계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유있는 이마트, '사활 건 베팅'
업계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마트가 '최저가 전쟁'이라는 칼을 빼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대형마트의 위기에서 찾았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는 지난해 4분기 총 매출액 3조6,899억 원, 영업이익 838억 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29%나 추락했다.
유통채널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쏠리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도 이제는 온라인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몰 트래픽 상승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함에 따라 이마트의 전략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며 “다만 가격 경쟁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몰의 영업이익의 흑자 전환은 내년쯤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아직까지는 잠재 이탈 고객을 잡아두는 효과로만 한정지을수 있다”고 말했다.
▶"정말 최저가 맞나" 소비자 혼란
소비자들은 ‘모로 가도 물건만 싸게 살 수만 있다’면 업체들의 최저가 싸움을 말릴 이유가 없다.
문제는 모두가 ‘최저가’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최저가를 비교하고, 판단하기 어려워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업체별 최저가 상품들은 제조사, 브랜드 등이 상이해 타 유통업체 최저가 상품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또한 제품이 같더라도 용량, 배송비, 쿠폰과 시시각각 진행되는 이벤트 등을 감안하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소비자 김 씨는 “모두 최저가를 외치니까 손해보지 않으려고 비교를 해봤는데 1,000원 아끼자고 이것 저것 따져보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오히려 손해본 느낌”이라면서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곳이 많아 불필요한 구매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