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보험 '여전', 보험시장 선진화 '게걸음'

간편심사·저해지환급형 등 유사 보험 '가득'…업계 "신상품 개발 시간 필요"

2016-05-10     송수연 기자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보험 상품 자율화 정책이 시행 반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붕어빵' 보험만 넘쳐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병장수시대’ 간편심사 보험

최근 보험업계는 ‘간편심사’를 무기로 한 유병자·고령자 대상 보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간편심사보험 시장은 지난해 8월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를 시작으로 현재 생명보험사까지 뛰어들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 (출처=금융감독원 블로그)

지난 4월만 해도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고연령·유병자를 위한 간편심사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간소화된 심사 항목은 3가지로 요약된다. ▲최근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검사 여부 및 의사 소견, ▲최근 2년 내 입원·수술 이력, ▲최근 5년 내 암진단 및 입원·수술 이력 등이다.

또한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 3대 질병을 보장하고 갱신을 통해 100세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나이도 많아지고 유병자, 고령층 위한 보험이 생겨나는 추세다”며 “고령층이 주요 보험 소비 계층으로 등장하며 관련 상품 출시가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료 줄인 ‘저해지환급형’

최근에는 보험료 부담을 줄인 알뜰 보험도 줄지어 출시되고 있는데 특히 생명보험사의 '저해지환급형' 상품이 눈에 띈다.

저해지환급형은 말 그대로 환급금을 낮추는 대신 납입보험료를 기존 종신보험보다 평균 15% 낮춘 형태다.

지난해 삼성생명에 이어 신한생명과 KB생명,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 대부분의 생보사에서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을 선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해지환급금 상품 및 할인 특약 상품이 트렌드로 잡았다”며 “불경기 시대에 저렴한 보험료로 많은 혜택을 드리기 위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신상품 개발 ‘몰두’

일각에서는 애초에 보험 상품 자율화는 차별화된 보험 상품 개발이 목적이었지만 실상은 업체만 다른, 유사 상품만 출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출처=교보생명)

간편심사 보험은 상품별로 심사항목, 보장 내용, 보장 금액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의 경우에도 선택 옵션 등의 작은 차이만 있을 뿐 상품 구조는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시장성이 입증된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보험업계에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보험 상품 자율화의 효과를 판단하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타 업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며 “특수한 고객층이 아니라 많은 고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상품이 출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통계 등 여러 기반이 갖춰진 뒤에야 신상품 출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보험사 별로 신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규제 완화가 이뤄진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