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생리대값 꼼수 인상? 외면 당한 '깔창생리대'

당위성 없는 '주주 배불리기' 비판…필수품 관련 정부 지원 '절실'

2016-06-09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생리대’가 뜨거운 감자다.

생리대는 경제력과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반드시 사용 해야하는 생활필수품으로 소비자들은 생리대 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꼼수 인상 의혹이 불거지자 소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일부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비싼 생리대 대신에 신발 깔창이나 수건 등을 이용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생리대 논란은 가격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유한킴벌리 '꼼수 인상' 비판

당초 유한킴벌리는 이 달부터 생리대 전제품의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가 소비자 반발로 인상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후 출시된 신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 꼼수 인상 논란에 휩싸였다.

   
▲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 및 배당성향 : 유한킴벌리 vs 제조업(평균) (자료제공=한국소비자협의회)

유한킴벌리의 신제품 '좋은느낌 매직쿠션'은 기존제품 대비 약 7~8%정도 비싸다.

프리미엄 소재와 새로운 흡수기술 적용 등으로 원가 인상요인이 발생해 기존제품 대비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수의 소비자·시민단체들은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 인상은 전혀 당위성 없다며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김자혜)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2011년 대비 16.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64억 원으로 30.4%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5년 내내 10%를 상회하며 평균 11.5%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5.4%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최근 5년간 배당내역을 분석한 결과, 유한킴벌리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액 비율)은 평균 88.1%로, 제조업 평균 20.4%의 4배가 넘는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최대 규모의 배당을 실시, 1,407억 원의 당기순이익에 배당금 1,300억 원을 지급함으로써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원자재가격 인상, 리뉴얼, 연구개발 등의 명목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을 전가하는 동안 주주들은 거액의 배당금을 받으며 배를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한킴벌리가 원재료가격 하락과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정책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가슴 아픈 '깔창생리대'…유한킴벌리 "지원하겠다"

생리대는 지난 2004년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통해 면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비로소 여성 필수품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그간 기업들이 잦은 가격인상을 단행해 정작 여성 소비자들은 혜택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며 끊임없는 불만을 토로해 왔다.

   
▲ 유한킴벌리 로고

최근에는 일부 청소년들이 필수품임에도 비싼 가격때문에 생리대 구입이 어려워 이른바 '깔창생리대'를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꼼수 인상 논란에 휩싸인 유한킴벌리에 대한 여론의 공세는 한층 더 거세졌다.

결국 유한킴벌리는 지난 3일 저소득 청소년들을 위한 중저가 생리대 출시 및 저소득층 청소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유한킴벌리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을 위해 올해 150만 패드의 생리대를 공급하고, 관련 부처 및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 초·중·고등학교에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생리대 구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현실을 확인하고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제품에 담아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청소년 지원, 정부 노력 절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사진=김은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학교에 생리대를 비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설훈 의원은 “분유나 기저귀, 쌀 등 영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필수적인 생필품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청소년층은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설 의원은 이어 “특히 초·중등 여학생의 경우 생리대는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생활고를 이유로 생리대를 사지 못해서 등교조차 하지 못하거나 휴지, 심지어 신발 깔창과 같은 비위생적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바람에 건강에 악영향을 받는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정부의 무능 꼬집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최근 생리대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판매처마다 다른 가격도 소비자에게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2013년 6월 정부는 공산품유통구조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도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는 것에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을 질타하며,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