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 ‘계란으로 바위 치는’ 모습 보여라

2016-07-18     김은주 기자

“한국은 도대체 언제쯤 국제적 호갱(호구+고객)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을까?"

"아직도 호갱 당할 일이 더 남아있는지나 모르겠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비자(VISA)카드의 막무가내 수수료인상 통보를 전해들은 소비자 반응은 한결같다. 또 한국 소비자만 외국기업의 ‘봉’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제 결제망을 보유한 세계 1위 카드사 비자카드가 그 막강한 이름값을 무기로 한국 소비자를 향한 횡포와 배짱을 부리고 있다. 비자카드가 카드 수수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모자라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 3개국 중 우리나라만 대상 국가에 포함시킨다는데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비자카드 측의 통보 내용대로라면 해외 이용 수수료가 기존 1%에서 0.1% 인상된 1.1%로 올라가는데, 이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국내 카드사들이 짊어져야 할 해외 분담금과 각종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 해외 매입수수료 등도 인상키로 했다.

물론 카드사들과 단 한마디 상의 없이 결정 내려진, 일종의 통보였다.

합의 없는 일방적 통보에 반발한 카드업계가 즉각 수수료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비자카드는 여전히 높은 콧대를 꺾지 않고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심을 쓰듯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 인상 시기를 당초 10월에서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알렸을 뿐이다.

그래도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이 조금은 걸렸던지 비자카드 측은 최근 약간의 변명도 덧붙였다. 한국뿐 아니라 곧 다른 나라에서도 순차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과 불만은 남는다.

순차적 인상에서 왜 한국이 유쾌하지 않은 ‘맨 앞 좌석’을 차지해야 하는가.

게다가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통보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해외결제수수료율을 1%에서 1.2%로 0.2%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국내 카드사와 일절 상의 없는 일방적 통보였다.

결국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발급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였고 예상치 못한 강경 대응에 놀란 비자카드는 수수료 인상안을 발표한지 나흘 만에 이를 철회했다. 당시 사태 봉합을 위해 제임스 딕슨 한국법인 사장이 국내 카드사들을 차례대로 방문해 사과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또 한번의 ‘비자 수수료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엔 카드사들의 대응이 예전만큼 신통치 않다. 2009년 당시와 같은 강경 대응 카드는 내놓지 않고 우왕좌왕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과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아직은 검토 중인 단계일 뿐’이라며 뚜렷한 대응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기자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물으면 국내 카드사 공통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할 말이 없다며 카드사 관계자들도 저마다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물론 해외직구 등 해외 카드 결제가 늘어나는 현 시장에서 카드사들이 국내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비자카드에 등을 돌리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과 달리 자체 국제 결제 브랜드가 없어 비자카드를 포기할 경우 대체재가 마땅하지 않은 현실 앞에 발목이 붙잡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분명 세계 1위 비자카드를 상대로 국내 카드사는 ‘을(乙)’이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인상분만큼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된다.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소비자는 ‘병(丙)’이다.

이번 한 번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사례로 볼 수 있듯이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 통보는 앞으로도 수 차례 반복될 여지가 있는 문제다. 그 때 마다 속수무책 비자카드의 갑질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좋은 본보기와 선례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는 바란다. 국내 카드업체들이 되든 안되든 적극적으로 나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모습’이라도 보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