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 대출금리 인하 '굼벵이' 걸음

2016-07-28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직장인들은 흔히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인출되는 카드값을 보고 이렇게 풍자한다.

“월급 퍼가요~”

하지만 카드사들이 늘 이토록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기준금리는 떨어졌는데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굼벵이처럼 인하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내린 지 40여 일이 흘렀지만 여전히 카드사들은 대출금리 인하의 발걸음 떼는데 인색한 모습이다.

KB국민, 신한, 삼성, 현대, 하나, 롯데, 우리 등 7개 전 업계(BC카드 제외) 카드사 중 기준금리 인하 이후 카드 금리를 내린 곳은 KB국민과 현대, 롯데 단 세 곳뿐인데 이마저도 기준금리 인하 전 이미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낮추기로 결정한 곳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이용자의 예·적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성하지만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카드론 등 대출 자금을 마련한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카드사의 조달금리도 낮아지게 돼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과 환경은 충분히 만들어지는 셈인데 금리 인하에 굼뜬 카드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게 당연하다.

물론 기준금리가 낮아졌다고 곧바로 대출상품의 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카드사들의 해명도 비슷하다. 상품금리에는 조달비용만 있는 게 아니라 관리비용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동시에 상품금리에 반영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정기적으로 금리 조정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조정 분이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 해도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카드사들만 대출영업에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하루 빨리 카드사들이 대출금리 0.01%에도 울고 웃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이고 융통성 있는 움직임을 보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