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B국민카드, 사생활 침해앱 설치 논란

2016-09-02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KB국민카드가 사내 보안 강화를 위해 직원들에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스마트폰 보안 앱을 설치하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KB국민카드가 직원들에게 설치하도록 권장한 앱은 ‘MDM(Mobile Device Management)’이라고 불리는 기업보안솔루션 제품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기업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개인의 통화내역 및 문자메세지 조회, 위치추적 등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관리자가 직원들의 스마트폰을 원격 조정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직원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사측이 들여다 볼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만들어진 셈이라는 것이다.

문제가 대두되자 사측은 기업정보 유출 방지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자율로 설치를 권장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앱 설치에 대해 권고가 아닌 명백한 강요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기업 내부에 비슷한 논란이 생길 때 마다 업체들의 변명은 마치 짠 듯이 비슷하다. 해당 사안은 ‘강요가 아닌 권고’로써 절대로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으며, 직원들의 자율적 의지와 판단에 맡긴 일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해 직원들의 월급을 우유로 대신 지급한 이른바 ‘우유페이’ 논란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을 때 서울우유 측의 해명 역시 비슷했다. 우유 소비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와 고통분담 차원에서 신청자에 한해 자발적으로 이뤄진 일 일뿐 절대 강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결정에 대체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자체가 사실상 ‘강제’ 혹은 ‘강매’가 될 수 있다.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규모가 작든 크든 우리나라 기업 문화에 100% 자율이란 있을 수 없다. 갑을 관계로 묶여있는 직장인으로서 회사가 결정한 일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늘 존재한다. 때문에 말이 자율이지 회사의 결정에 ‘거부권’ 행사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속된 말로 ‘까라면 까’ 식의 기업문화가 여전히 팽배한 현실 속에 이번 KB국민카드 직원들 역시 회사의 권유가 ‘(앱) 깔라면 깔아’로 받아들여졌을지 모를 일이다.

100번 양보해 순수한 권장이었다고 해도 사측은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조차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새겼어야 했다. 설사 그러한 의도가 티끌만큼도 없었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 할 수 있는 ‘앱’ 설치를 권장함으로써 직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소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KB국민카드의 앱 설치 권장이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 할 의도는 전혀 없었을 지 모르나,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낸 것 역시 분명한 잘못으로 보인다.

의도가 어찌 됐든 잡음이 나왔다. 잡음이 나왔다는 것은 그 안에 문제가 내포돼 있다는 뜻이다. KB국민카드의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해당 결정으로 문제가 불거진 점에 대해 사측은 실수를 인정해야 옳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또 그렇다.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유출을 막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발상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위험한 일인지, KB국민카드 측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대로 인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