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발목잡힌 삼성SDI, '노트7'에 자존심 상처
1차 리콜 발화 원인 지목 '이미지' 실추…中 자동차 배터리 시장 진출 '난항'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최근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모든 시선이 삼성전자에 쏠려 있지만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의 시름도 깊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소형 배터리 시장은 물론 자동차에 쓰이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
갤럭시노트7의 초기 폭발 논란이 벌어졌을 때 가장 먼저 원인으로 지목 받은 것은 배터리였다.
업계 곳곳에서는 이를 공급한 삼성SDI의 제품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는 1차 리콜을 실시하면서 배터리 업체를 삼성SDI에서 중국 ATL로 바꿨다.
배터리 교체 후에도 폭발은 계속됐고, 삼성전자는 결국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결정했다.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배터리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은 삼성SDI가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정 의원은 국가기술표준원 보고서와 삼성SDI의 배터리 인증 시험 성적서 등을 내세워 이번 폭발은 SDI 배터리의 모서리가 과하게 둥글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기술력이 중국 ATL에 뒤쳐져 케이스 모서리와 내부 부품간 간격이 과하게 좁게 설계되는 공정상 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것.
노트7 단종 사태로 인해 삼성SDI의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했고, 소형 이차전지 업계 1위의 자존심도 구겨졌다.
당초 삼성SDI는 노트7의 판매 호조로 실적 개선을 기대했으나 업계는 이번 발화 사건으로 올 한 해 약 8,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흥국증권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판매 기대감에 가파른 실적개선이 전망되던 소형전지 부문은 배터리 폭발로 인한 해당 모델 단종으로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폭발 영향은 연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연내 영업흑자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산 넘어 산’
삼성SDI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은 2015년 260만 대에서 오는 2020년 770만 대로 3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역은 역시 중국인데, 2015년 11만 대에서 5년 뒤 65만5,000대 규모로 팽창하면서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판매량만 보더라도 중국에서 12만2,678대가 팔리는 동안 2위인 미국에서는 6만4,057대를 팔려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렇듯 중국은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지역으로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총력을 다해야 하는 시장이다.
이에 삼성SDI는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 기업 중 가장 먼저 중국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전용 공장을 설립하며 선제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에서 탈락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4차 인증에서 탈락한 이후 사드 배치 등 외교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로 예정됐던 5차 인증에 대한 결과는 아직 소식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LG화학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이달 초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가 하면,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퓨처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전분기에 이어 아직까지 표류 중인 중국 정부의 물류차 보조금 수취에 난항을 겪고 있어 중대형 배터리 부문의 턴어라운드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 4차 인증에서 탈락한 원인들을 잘 보완했고 통과를 위해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공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5차 인증과 관련해 추가 소식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