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부담 느는데 은행권 3Q 실적 고공행진
주택담보대출 수요 급증 '어닝서프라이즈'…ATM수수료, 가산금리 인상 '지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 3분기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우는 소리와 함께 은근슬쩍 수수료를 인상하던 선제적 행보가 무색해졌다.
▶저금리 불구 ‘어닝서프라이즈’…주가도 ‘훨훨’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속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업체들이 예상을 뛰어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은 지난 19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3분기 전분기 대비 15% 증가한 당기순이익 3,556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불구하고 이자이익이 6.5%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산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뒷문잠그기를 통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대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7.5% 2,549억 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행장 조용병)은 지난해 3분기 4,85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7.3% 증가했으며, KB국민은행(은행장 윤종규)은 4,218억 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8.5% 증가세를 보였다.
KEB하나은행(은행장 함영주)은 3분기 4,61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은행은 당기순이익이 2672억 원으로 전분기 3,612억 원 손실 대비 6,284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이 618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은행권의 깜짝실적 발표가 잇따르면서 주가 흐름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민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5일 52주 신고가인 1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같은 날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역시 장중 한때 각각 4만3,350원과 3만3,05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대출장사 이자놀이…수수료인상까지 “소비자는 죽을 맛”
저금리로 인해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은행권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한 요인에 예대마진 증가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내 집 마련’ 수요가 늘었고, 가계 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이 사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려 막대한 이자 수익을 끌어안았다. 덕분에 올 초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며 신경 쓰던 비이자이익 수익은 오히려 줄었음에도 순이익이 급증했다.
결국 정작 은행권 실적을 보면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할 뿐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신한은행을 필두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ATM 수수료를 100~300원 올렸다. 수익에 목 마른 은행들이 송금과 예금 수수료에 이어 ATM 수수료 등 릴레이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것.
심지어 씨티은행의 경우 국내에서 생소한 개념인 계좌 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적은 금액을 보유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개념으로 시행 될 경우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된다.
한편 은행권의 실적 향상은 향후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갑 KT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실적을 보면 향후 이익전망 상향은 충분히 예상된다. 내년 1분기 양호한 실적도 예상되지만 실적이 부진한 4분기도 예년만큼 이익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