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방카슈랑스 룰' 유예 연장 '발등의 불'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농협금융이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상품판매) 룰 유예 기간 종료가 임박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 3월로 다가온 특례기한 만료를 앞두고 기간 연장에 목을 매달고 있지만, 연장 가능성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특례기한 종료…김용환 회장 연장 요청
현재 방카슈랑스 룰은 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금융기관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의 상품 비중이 전체의 25%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점포별 보험직원 수는 2명으로 제한하고, 점포 밖에서 영업(아웃바운드)을 금지한다.
다만 농협보험은 지난 2012년 출범하면서 2017년까지 5년간 이른바 ‘방카 룰’ 적용을 유예받았다. 이를 통해 농협금융은 농협생명과 농협손보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해 왔고, 짧은 기간 내에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벌써 내년 3월이면 유예기간이 종료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전국 1,200여 개 농·축협 점포들도 일반 은행 점포와 마찬가지로 점포 밖에서 영업 및 판매가 불가능하며, 보험 담당 직원도 2명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
업계는 농협이 ‘방카 룰’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농·축협 조합의 당기순이익이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유예기한 종료를 앞두고 농협금융의 속이 바짝 타 들어 가고 있는 이유다.
농협 측은 방카 25%룰 적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채널 다변화와 포트폴리오 재편에 힘 썼지만 여전히 농협생명 대다수의 매출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결국 경영 악화를 우려한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특례기한 연장을 건의했다.
김 회장은 “농·축협에 대한 방카슈랑스 규제 유예 기한이 내년 3월로 다가옴에 따라 보험 수수료 수익 감소로 농·협에 대한 경제사업 재원 마련 등이 우려된다”며 “특례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치권, 특례기한 연장 법안 발의…경쟁사 ‘불공정’
정치권에서도 일찌감치 농·축협의 보험특례 기한 연장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지난 9월 농·축협 조합에 대한 방카슈랑스 규제 적용 유예를 5년간 다시 연장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농·축협은 경제성이 부족한 농촌의 보험서비스를 도맡아 해오며 지난 50여년간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며 "농작물재해보험과 농업인안전보험 등 농업 정책보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국회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도 농·축협 보험 특례기한 연장을 농식품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이 의원은 “농·축협의 보험특례 기한이 내년 2월 말로 종료되면 전국 농축협 당기순이익 감소액이 2,575억 원에 달하고, 조합당 2억2,0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쟁사들은 관련 논의에 대해 팔짝 뛰고 있다. 또 다시 농협 측에만 특혜가 부여된다면 공정한 시장경쟁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연장 유무 ‘오리무중’…만약 연장된다 해도?
특례기한 종료까지 이제 겨우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농협금융은 어떻게든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새롭게 특혜를 부여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50여 년간 해오던 공제사업을 보험사업으로 전환하게 됨에 따라 기존 사업 수익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위해 연장을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일반 민간보험 대리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특례기한이 종료가 되면 농업인들이 보험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며 “또한 농·축협의 경영이 악화 돼 교육 지원비 등이 축소될 가능성도 높고 농촌 지역의 사회안전망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이번에 특례기한 연장이 결정된다 해도 향후 실질적 대책과 보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또 다시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2022년에 또 다시 특례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우는 소리를 한다면 지금보다 반발이 더 거셀 수 밖에 없기 때문.
이에 대해 농협금융 측은 아직까지는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농협금융 한 관계자는 “현재 기한 연장이 이뤄질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은 기한 연장을 위한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일단 연장이 돼야 5년 뒤를 다시 걱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