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속전속결' 이유는?

시중 8개은행 일제히 긴급이사회 개최 도입 결정…노조 측 "금융위 등 금융당국 압력 있었을 것" 주장

2016-12-13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시중은행들이 마치 짠기라도 한 듯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기습적으로 의결하면서 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행장 조용병),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 KB국민은행(은행장 윤종규), NH농협은행(은행장 이경섭), KEB하나은행(은행장 함영주) 등 국내 주요 8개 은행이 지난 12일 일제히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은행 측은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자세한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성과연봉제는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를 시작으로 최근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추진 동력을 완전히 잃어 버린 것으로 보였지만 시중은행들이 강행 처리하면서 노조들은 불시에 허를 찔리게 됐다.

금융노조 측은 시중은행들의 이러한 행보 이면에는 금융당국이 입김이 작용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12일 모든 시중은행이 긴급이사회를 개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위법행위를 자행하려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면에 금융당국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지난 9일 금융위원회가 모든 시중은행에 이사회 의결을 강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조심스럽게 금융당국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A은행 한 관계자는 “오후까지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는 소식을 나중에야 들었다”며 “앞뒤가 안 맞는 정황들이 보인다. 하루 전에도 전혀 계획이 없다가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도입을 서두른 것을 봤을 때 금융위 측에서 느닷없이 지시가 내려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노사간 성과연봉제 도입을 협의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여지는데 이처럼 절차 상의 문제가 나타난다면 서로간 믿음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IBK기업은행(은행장 권선주), KDB산업은행(은행장 이동걸), 한국수출입은행(은행장 이덕훈)은 올해 상반기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을 결정했지만 금융노조 측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 소송 등을 제기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