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미국은 "리콜" 한국은 "무상수리"

동일모델, 국내외 전혀 다른 대안…회사 측 "국내외 차별 없다" 주장

2016-12-27     김현우 기자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최근 현대기아차가 국내외 리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출시한 일부 차량에서 결함을 발견해 리콜을 실시하더라도, 국내 출시된 동일 모델에 대해서는 리콜하지 않거나 가벼운 대책으로 일관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은 내수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대차 측은 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수차별 의혹

지난 9일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구형 그랜드카니발(현지명 앙투라지) 4만1,000여 대에서 후드래치 결함이 발견해 리콜을 진행했다.

앞서 6월 14일에도 미국에서 판매된 투싼 8만1,000대에서 후드래치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했다. 카니발(현지명 세도나)에 역시 같은 부위의 결함으로 리콜이 이뤄졌다.

   
 

미국에서 세 모델이 리콜되는 동안 국내에서는 투싼(6만2,319대)만 리콜이 이뤄졌다. 그랜드카니발과 카니발에 대해서는 그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 관련 리콜 역시 비슷하다. 지난 4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쏘나타 17만3,000대의 리콜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앞선 지난 2월에 쏘나타를 포함해 아반떼, i30, 벨로스터 등의 차량에서 소음에 관련된 결함이 발견돼 MDPS 무상교체를 실시했다.

엄연히 리콜이 아닌 무상교체였다. 미국에서는 결함을 인정하고 대대적인 리콜을 실시했지만 국내에선 공식홈페이지도 아닌 블로그를 통해 게시글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소비자들은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내외수 차별 없다던 현기차, 결함만 생기면 내수 외수 부품은 서로 다른 부품”(통****자), “간만에 현기차 리콜 내수차별 지적 사이다!”(렉****카), “국내에서는 일부 모델만 리콜해 또 하나의 국내 소비자 역차별 사례!”(행****마) 등의 글을 작성하며, 지속적으로 ‘내수차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엔진 문제로 미국에서 리콜된 YF소나타 역시 미국에서는 공정상 결함을 인정하며 47만5,000대를 리콜했지만 국내에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엔진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현대기아차는 보증기간을 미국과 동일하게 연장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역시 미국에서 리콜한 것과는 다르게 보증기간 연장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앞서 후드래치 부위에 문제가 있었던 카니발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제설제에는 염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부식이 발생할 일이 없다며 리콜을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인 오토큐에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무상수리를 제공했다.

리콜은 진행하지 않으면서도 무상수리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언젠가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내외 리콜 차별과 관련해서 그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발생하는 결함이 다르지만 미국에서 리콜 시에는 전지역, 전차종을 리콜해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콜이 자주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뿐 국내외 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는 봉?

일부 업계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동일 모델에 대해 국내외 리콜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것을 두고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2016년 6월까지 국내에서 현대기아차가 리콜한 차량 157만1,416대 중 81%인 127만2,800여 대가 징벌적 성격을 띄는 강제 리콜이 이뤄졌다. 다시말해 자발적인 결함 인정은 20%도 채 되지 않았다.

반면 미국 현지 상황을 보면 2013~2015년까지 이뤄진 리콜 중 35%만이 강제 리콜이었다. 리콜의 절반 이상이 제조사가 직접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을 실시한 것이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리콜과 무상수리의 차이는 결함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의 차이”라면서 "결함을 인정했을 때 발생할 비용보다 무상 수리나 보증기간 연장 등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발생해 이를 통해 상황을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실시했지만 미국에서 실시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소비자들이 보고싶은 것만 보는 등 인식의 차이로 인해 그렇게 비춰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