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G6, '모듈'과 함께 소비자도 버렸다
차기작 일체형 스마트폰 예고…'모듈형 생태계 구축' 1년만에 말 바꾸기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LG전자가 차기작 G6에서 '모듈' 방식을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G5는 '모듈' 방식을 채택하면서 출시 초기에 소비자들의 큰 주목 받았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에 소비자들은 반응을 보였고, LG전자는 모듈형 스마트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G5는 이후 부진을 거듭했고 최근 LG전자는 '모듈' 방식을 버리기로 결정했다. LG전자를 믿고 G5를 구매하고 모듈형 스마트폰을 응원하던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LG전자, 모듈 방식 '포기'
10일 업계에 따르면 조준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 사장이 'CES 2017' 참가 후 귀국길에서 기자들에게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G6'는 모듈형 스마트폰이 아님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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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 사장 (출처=LG전자) |
앞서 지난해 2월 조 사장은 G5를 세계 최초로 기기간 결합이 가능한 모듈형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하며 “모듈 디자인을 통해 재미라는 고객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LG전자가 지향하는 길”이라고 언급했었다.
또한, 조 사장은 당시 '손 안의 테마파크'라는 콘셉트의 스마트폰과 함께 다양한 주변기기(프렌즈)들을 선보이며 외부 디바이스와의 물리적 결합 및 유무션 연결을 통해 '모바일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야심작으로 내세웠던 'G5'의 글로벌 판매량이 약 300만 대에 그치며 G4(450만 대), G3(600만 대) 등 전작들에 비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5년 적자 전환한 MC사업부의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LG전자 MC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매출 2조5,170억 원, 영업적자 4,36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비 23.3%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 또한 매출 감소로 인해 확대됐다. 또한, 지난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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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6일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 따르면 LG전자는 4분기 매출 14조8,000억 원, 영업손실 35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LG전자의 2016년 누적 영업손실은 약 1조 원을 넘어선 셈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MC사업부의 적자폭 확대가 실적 부진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LG전자의 실적 성장은 무엇보다 MC사업부의 적자 규모 축소 여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모듈 생태계 구축 약속…이제 와서 없던 일
LG전자의 모듈형 포기 결정을 놓고 'LG G5' 사용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스마트폰 자체가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모듈방식 활성화와 향후 출시될 제품과의 호환을 기대하며 수십만 원의 추가 비용까지 들여 G5와 프렌즈 기기를 구매했던 소비자들이다.
정가 기준 캠플러스는 9만9,000원, 하이파이플러스는 19만9,000원, 360캠은 29만9,000원, 360VR 29만9,000원, H3 by B&O PLAY는 27만9,000원이다. G5의 첫 출고가가 83만6,000원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또한, LG전자는 G5 출시 이후 프렌즈 개발자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LG프렌즈 개발 키트를 공개하는 등 모듈 생태계 구축을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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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프렌즈 (출처=LG전자) |
당시 안승권 LG전자 CTO 사장은 "스마트기기의 생태계는 중장기적인 기술 관점에서 계획하고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며 "LG 플레이그라운드는 G5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개발될 제품에 지속 확장 될 것이며, 개발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 성장의 장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캠플러스와 하이파이플러스, 360캠 이후 새로운 프렌즈 기기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공 모양 로봇 '롤링봇'과 드론 조종기 '스마트 컨트롤러'는 출시도 안됐고, 개발자 컨퍼런스나 프렌즈 공모전 이후에도 공식적으로 상용화된 제품은 없다.
'LG G6'는 일체형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기기들의 활용 가치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LG 캠플러스'는 G5와의 호환만 가능하다.
▲ LG프렌즈 홈페이지 캡쳐 (출처=LG프렌즈 홈페이지) |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의 사용자들은 '모듈을 만들어줘야 관심을 가지지', '모듈 나오는 것들의 가격이 상당해서 메리트가 없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네이버 LG Mobile 사용자 카페의 한 사용자는 "다양한 모듈 출시, 후속 모델들도 프렌즈와 연동될 것이라는 조 사장의 말에 G5를 구입했는데, 이제와 없던 말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단체 소송감이 아닌가"라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제공하고 있는 6개 모듈 중 캠플러스를 제외한 5개 모듈은 타 제품에도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가져갈 피해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캠플러스 구매자들을 위한 별도의 보상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