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양생명, 터질 것이 터졌다

수익성 쫓다 리스크 관리 실패…업계 청개구리, 순익 2천억 물거품

2017-02-07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동양생명의 욕심이 화를 불렀다.

동양생명이 한 해 장사를 제대로 망쳤다. 지난해 육류담보대출 사태 여파로 약 2,600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추정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이 2억 원, 여기에 순이익도 340억 원으로 전년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 창립이래 최초로 순이익 2,000억 원 시대를 열게 됐다고 자축하며 미리부터 샴페인 터트렸던 동양생명은 난처하고 겸연쩍은 상황이 됐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게 된 꼴, 그 자체다.

이번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듯한 반응이 적지 않다. 결국 탈이 날 것이 났다는 거다.

그 동안 동양생명이 보여온 ‘몸집 불리기'에 집중해 왔다.

여타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4)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달리 동양생명은 그간 이상하리만치 외형을 확대하는데만 혈안이 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만큼 무리한 영업 행태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한 예로 보험업계는 현재 IFRS4 2단계가 시행되면 부채로 인식되는 저축성보험을 줄이는 추세인 반면 동양생명은 오히려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저축성보험의 증가는 손쉽게 덩치를 키울 수 있게 돕는 대신 향후 이자역마진 등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번에 문제가 터진 육류담보대출 역시 보험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다루지 않는 분야이다. 육류담보대출은 연 8%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긴 하나 담보물 등기를 할 수 없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로 육류담보대출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난 것인데 실제로 이번 사태를 보면 육류업자, 유통업자들이 담보가 없거나 중복된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지만 피해 금융사들은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다시말해,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려줬는데 정작 창고에 가보니 고기는 없고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사람만 바글바글한 상황이 된 셈.

동양생명은 이처럼 수익성만 쫓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익성’은 물론 보험사로서는 목숨과도 같은 ‘신뢰’까지 모조리 잃게 생겼다.

동양생명은 올해도 지난 2016년 경영전략의 연장선에서 성장과 수익을 추구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쫓고 있는 동양생명의 위태로운 행보가 향후에 또 어떤 결과로 도출될지 지켜볼 일이지만 회사를 믿고 가입한 고객, 그리고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제2, 제3의 육류담보대출사건의 발단만은 만들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