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화재, 또 CEO 물갈이…이호진 회장 방식?

CEO 포함 임원도 잦은 교체…실적 지지부진, 혼란 가중 우려

2017-02-10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태광그룹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대표이사가 나란히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해당 기업의 잦은 CEO 교체이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표 나란히 ‘물갈이’…조병익·권중원 ‘새얼굴’ 영입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외부 전문가인 조병익 전 삼성생명 전무(법인영업본부장)와 권중원 전 LIG손해보험 전무(보상 및 영업 총괄)를 각각 새 대표로 영입했다.

조병익 내정자는 삼성생명에 입사한 이후 30년 간 재무·기획·영업 등의 분야를 거친 보험업에 전통한 전문가이며, 권중원 내정자는 LG화재에 입사해 26년간 재무·기획 분야를 주로 담당한 재무통으로 알려졌다.

두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주윤 흥국생명 대표는 3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문병천 흥국화재 대표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하게 되면서 사측은 동시에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조 내정자가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영업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조병익 체제의 흥국생명과 권중원 체재의 흥국화재가 과연 순항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잦은 교체·외부영입 카드 남발…실적 악화 ‘악순환’

흥국생명과 화재가 나란히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자 업계는 이미 예견됐던 행보라는 반응이 다수다. 새로운 대표에 대한 기대감 역시 크지 않다. 이전에도 태광그룹이 수시로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CEO를 교체한 화려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흥국화재의 경우 2006년 전신인 쌍용화재를 태광그룹이 인수 한 이래로 문병천 대표를 포함해 최근 10년간 수장이 10차례 바뀌었다. 이 가운데 정식 임기인 2년을 채운 사람은 김용권 전 대표가 유일하다. 심한 경우 4개월 만에 대표가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흥국생명 역시 2005년부터 6명의 대표를 갈아치웠다.

통상 보험사 대표의 임기가 3년이라는 점에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대표 교체 주기는 상당히 비정상적인 행보를 보여온 셈이다.

이 같은 흥국생명과 화재의 잦은 CEO 교체 및 해임 결단에 대해 지금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의중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다. 특히 장기간 두 보험사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이러한 결단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흥국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981억 원에 비해 21.5% 감소한 769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1,132억 원보다 40.1% 줄어든 677억 원을 기록했다.

흥국화재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74억 원으로 전년 동기 235억 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214억 원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생명과 화재 각각 198%, 151%로 업계 평균은 297.1%, 269.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표이사에게 주워지는 데드라인 워낙 짧다 보니 당장 가시화 할 수 있는 단기성과에 얽매이는 경영 전략을 짜는 경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CEO가 교체 될 때 마다 일관적이지 못한 경영 전략 등으로 조직 내부가 안정되지 못하는 점도 문제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임기 완주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표들이 장기적 경영 전략을 펼치지 못해 실적 개선에 실패하고 저조한 실적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뿐 아니라 임원급 인사들의 물갈이도 수 차례 단행됐다. 지난해 9월 흥국생명은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설계사(FC), 대리점(AM), 텔레마케팅(TM) 등 3대 핵심 영업본부장을 경질했으며 같은 달 강남지역본부장(상무보) 역시 내보냈다.

결국 실적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사업구조 재편 없이 사람만 부품처럼 갈아치우는 사측 방침에 의해 내부직원들의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며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CEO 교체가 잦다고 느낄 수 있지만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계열사간 이동이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문병천 흥국화재 전 대표의 경우 흥국생명 부사장직을 역임하다 화재로 오게 됐고, 반대로 흥국화재에서 생명으로 이동하는 경우까지 카운팅하다 보니 수적으로 많아 보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CEO 교체 및 계열사 이동이 그룹 차원의 방향성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주기 힘들다"면서도 "한 계열사의 대표들에 대한 인사인 만큼 윗선의 결정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