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삼성그룹, 이재용 경영 공백 '우려'
대내외 주요 일정 지연 및 취소 잇따라…업계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약화 전망"
[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삼성이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에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빈자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영 현안 ‘올스톱’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번의 영장 심사 끝에 구속됐다. ‘총수 구속’만은 피하고자했던 삼성으로선 결국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동안 삼성은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 사장단 인사, 정기 채용 등의 사안들을 담은 대대적 쇄신안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그동안 준비해오던 쇄신안 및 경영 현안들이 줄줄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기업들의 공개 채용 계획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음에도 삼성은 여전히 공채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로의 취업을 준비해오던 취업준비생들로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하던 사장단 회의도 최근들어 자주 중단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첫 영장 심사 때에 이어 22일도 사장단 회의는 취소됐다.
그동안 삼성은 미래전략실 주최하에 각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마다 경제‧경영 등의 강연을 듣는 등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져왔다.
차주(1일) 또한 공휴일로서 회의는 열리지 않으며, 계열사별로 내부 분위기를 다지는데 집중하기 위해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삼성이 올해 사업방향 등에 대한 윤곽을 뚜렷하게 잡지 못하고 있음에 따라 협력업체들에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협력사들로선 삼성의 사업 계획에 맞춰 운영 방향을 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위상 흔들
기업 특성상 해외에서의 이미지 추락 또한 상당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의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7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지난달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서도 4년 만에 처음으로 명단에서 빠졌다.
또한, 이 부회장이 각종 글로벌 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할 수도 없게 돼, 해외 기업과의 교류에 있어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미국 비즈니스카운슬, 중국 보아오포럼, 이탈리아 엑소르 이사회 등 올 초 예정돼 있던 주요 행사들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이 행사들을 통해 이 부회장은 글로벌 CEO들과 직접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초청한 테크서밋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은 이 행사에 초청받은 유일한 해외 기업으로서 눈길을 끌었지만,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한편, 신제품 출시는 변동없이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7'에서 갤럭시탭 S3를 출시하고 갤럭시 S8 티저 이미지를 공개할 계획이다. 갤럭시S8은 3월 말 공개를 앞두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향후 투자 및 M&A를 통한 신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총수 구속은 미래 사업 확대에 부정적이다”라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약화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