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일자리 만들 때, KDB생명 정리해고…안양수 책임론
구조조정 장기화 지친 직원들 "정리해고 결사 반대"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생명(대표 안양수)이 정리해고 수순에 돌입했다.
대규모 희망퇴직 단행으로 한 숨 돌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엔 정리해고까지 예고되자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당장 증자가 필요한 KDB생명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자구노력'을 충실히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이후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안양수 사장이 대표자리에 옷을 벗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 “무분별한 정리해고 막을 것”…10일 집회 예고
KDB생명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던 KDB생명은 10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KDB생명은 앞서 세 차례에 걸친 매각 불발 이후 ‘미래혁신TF’를 만들고, 올해 초 경영효율화를 위해 외부 컨설팅 업체에 경영진단을 의뢰했다.
자본확충과 비용절감,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필요하다는 진단 결과를 토대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정확히 300억 원의 인건비를 줄이도록 자구노력을 요구했고, 이에 KDB생명 측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지점 통폐합 및 인력 감축 등의 구체적인 조직슬림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6월 KDB생명은 경영개선을 위해 지점 수를 절반으로 축소하고, 인건비 절감 목표를 공식화하는 희망퇴직을 두 차례 실시했다. 1차 희망퇴직의 경우 20년 차 이상 45세 이상 직원이 주 대상이었으나 예상보다 지원자가 부족하자 2차 회망퇴직에서 대상을 확대했으며, 이 과정에서 2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KDB생명 직원 5명 중의 1명 꼴이다.
문제는 희망퇴직 이후 절감된 인건비가 당초 목표했던 300억 원 가운데 200억 원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측은 나머지 100억 원의 인건비를 마저 절감을 위해 10일 정리해고 예고한다는 통보와 함께 지난 9일까지 3차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은 회사가 ‘해고회피 노력’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해 투쟁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조직원의 20%가 희망퇴직으로 나갔는데 인건비 절감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정리해고까지 강행하겠다는 사측의 입장을 납득할 수 없다”며 “사측에서는 어떻게든 나머지 1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올초부터 지금까지 구조조정 작업이 너무 길게 이뤄지다 보니 남은 직원들도 많이 지친 상태”라며 “그만두는 과정에서 업무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남은 사람도 힘들고 구조조정 대상자들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KDB생명, 안양수 사장 물러나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KDB생명은 22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보험사의재무 건전성 척도인 지급여력(RBC)비율도 국내 25개 생보사 가운데 가장 낮은 124.35%를 기록하며 실적과 재무상태 모두 적신호다.
특히 오는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업계 전반이 자본확충 부담은 느끼고 있는 가운데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유상증자가 누구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증자의 선행조건으로 KDB생명이 자구노력을 보일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KDB생명 인수 이후 수 차례 증자를 통한 지원을 해왔음에도 재무건전성은 업계 최하위권으로 점점 악화 중인 상황에서 구조조정 등과 같은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추가 증자 등의 지원 명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당 사안에 대해 KDB생명 노조 측은 정치권의 개입을 기대하고 있다.
KDB생명 노조 관계자는 “지금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우리측 경영진 중에서는 아무에게도 없다”며 “산업은행과 직접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찍퇴와 강퇴를 막는 '희망퇴직남용방지법' 제정을 약속한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는 것은 정부 정책과도 기조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 3월부터 2년 6개월간 KDB생명을 진두지휘하던 안양수 사장이 이번 구조조정을 끝마친 이후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KDB생명 관계자는 “구조조정 결과가 나오려면 9월 중순은 되야할 것 같다”며 “안양수 사장의 거취도 아직 정확히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