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고객중심 마이웨이 전략 위력 발휘

2012-03-27     전한준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암묵적 합의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법칙이 몇 가지 있다. 준중형차는 1.6ℓ 가솔린, 중형차는 2.0ℓ 가솔린, 준대형은 2.4ℓ 또는 3.0ℓ 가솔린 엔진을 얹고 출시된다. 구입시 할부 조건은 대개 3년을 기준으로 하고 중고차 감가율을 따지는 기준도 3년이 일반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보다 높은 배기량의 엔진을 장착하고 파워풀한 상품성을 선보이는 차량도 유독 국내에서만은 이러한 법칙에 따라 출시되고 있다. 품질에 대한 무상보증수리, 중고차 가격보장할부 등 자동차회사의 각종 프로모션과 정책 역시 3년 6만㎞에 맞춰 시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보통 5년 또는 10만마일(16만㎞) 등 보증기간을 대폭 늘려 적용하는데 비하면 인색한 수준이다.
 
지난해 3월 쉐보레 브랜드로 탈바꿈하면서 한국GM은 국내 고객들의 차급 선택 폭 확대와 고객 중심의 신제품 라인업 도입이었다. 
 
준중형차 크루즈와 크루즈5, 7인승 다목적차량 올란도, SUV 캡티바에 이르기까지 승용, RV, SUV 차종에 걸쳐 디젤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연말에는 국내 최초로 준대형차 알페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수입차업계가 강세를 보이는 디젤과 하이브리드로 다변화하면서 국내시장 3위 자리를 탈환했다.
 
크루즈는 2008년 1.6ℓ 가솔린 엔진을 얹어 처음 출시된 이후 국내 준중형차 시장 선두인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에 눌려 판매고를 높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 1.8ℓ 가솔린 엔진과 2.0ℓ 디젤 엔진을 동시에 선보이며 기존 차급을 파괴하며 준중형차 시장에 화두를 던졌다.
 
디젤 차량의 장점은 연료비가 절감되고 충분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진동과 소음이 심해 부드러운 주행감은 포기해야 한다는 게 디젤 차량에 대한 일반적 평가다. 하지만 최근 수입 시장에서 디젤이 인기를 끌면서 이런 편견이 깨지고 있다. 크루즈 2.0ℓ 디젤도 이런 기류에 한 몫하고 있다.
 
 
 
크루즈 디젤 모델은 강력한 주행성능과 안전성, 높은 연비(수동 19.7㎞/ℓ)를 앞세워 출시 이후 크루즈 라인업 중 판매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처음 출시된 이후 전체 크루즈 판매량 4만4463대 중 약 8%를 차지했다. 2010년에는 3만3237대 중 약 7%를 차지했다.
 
판매가 급등한 것은 유로5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시키며 2011년 출시된 디젤 모델부터다. 지난해 크루즈 전체 판매량 2만6990대 중 20%나 차지했다. 국산차 중 디젤이 전체 판매의 20%나 차지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모두 3만3000대 이상 판매되며 GM의 디젤엔진 라인업 확충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알페온 이어시스트도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준대형차다. 2.4ℓ 엔진에 모터의 힘을 더해 힘과 연비를 개선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덕분에 준대형차 최고 수준인 14.1㎞/ℓ의 연비를 자랑한다. 
 
주로 소형차와 중형차급에 적용되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오히려 연비가 좋지 않은 준대형급 이상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탄생한 것이다.
 
알페온 이어시스트에 장착된 17.6kW 전기모터는 기존 알페온 엔진 성능에 최고 23.9마력의 엔진 동력을 보조해 가속 및 등판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또한 모터의 토크를 적절히 조절, 제동 및 감속 시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여 리튬-이온 배터리에 충전한다. 
 
정차하면 연비 개선을 위해 엔진이 자동으로 정지돼 공회전시 소모되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알페온 2.4ℓ 모델 대비 연비가 25%나 향상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2% 줄였다. 
 
 
 
최근에는 SUV 캡티바의 2.0ℓ 디젤 모델을 기존 2.2ℓ 디젤 라인업에 추가하며 디젤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경쟁사 주력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이드/커튼에어백, 하이패스 룸밀러 등을 기본 장착한 캡티바 2.0은 출시되자마자 전체 캡티바 판매량의 64%를 차지할 만큼 인기다.
 
모기업인 GM(제너럴 모터스)은 또 2013년형 중형 말리부에 이어시스트 시스템을 얹은 말리부 에코(Eco) 모델을 올해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고객 서비스 또한 기존 상식을 뒤엎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쉐보레 브랜드 도입과 동시에 '쉐비 케어'라는 프로그램을 국내에 적용한 것이다.
 
일명 3-5-7 서비스로 불리는 쉐비 케어 프로그램은 3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쉐보레 브랜드 전 차종(알페온 포함)을 구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3년간 엔진 오일/필터, 에어클리너 등 소모품 무상교환 ▲차체 및 일반부품 보증기간 5년 또는 10만㎞ 적용 ▲출고시점부터 7년 간 24시간 연중무휴 무상긴급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기존 차급에 없던 엔진 라인업을 내놓고 기존 업체의 서비스 수준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조치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품질을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더불어 최근 출시되는 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