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기내서 14시간 대기 소송 비화…매뉴얼 없었나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이스타항공이 잇단 연착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7시 20분에 출발 예정이던 인천발 나리타행 이스타항공 ZE605편은 출발이 지연되다가 결국 결항이 결정이 내려지면서 승객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승객들은 탑승 수속을 마친 뒤부터 기내에서 14시간을 대기하다가 오후 9시 20분이 되서야 결항 통보를 받았다.
이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 64명은 이스타항공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앞서 8월 말레이시아발 부산행 여객기 34시간 연착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까지 합하면 4개월 사이에 두 번째다.
▶14시간 이륙 지연, 날씨 문제?
이스타항공의 ZE605편이 결항된 23일, 같은 날 오후 3시 10분 이전에 인천에서 나리타로 향하는 여객기 총 25편 중 결항된 여객기는 ZE605편 한 대뿐이었다.
당일 오전 짙은 해무로 지연되는 항공편은 있었지만 결항된 항공편은 없던 것. 기상 악화로 인한 결항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결항의 원인에 따라서 그 귀책과 배상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
법무법인 예율의 자료에 따르면 이날 승객들은 ZE605편 예정시간에 맞춰 여객기에 탑승했고, 항공사로부터 “이륙순서 첫 번째로 대기 중”이라고 전달을 받았으나, ‘수하물 탑재 지연’, ‘항공기 급유’ 등 기상악화 외의 이유 때문에 출발이 지연된다는 기내방송을 들었다.
또 이날 오후 2시께 기장이 급유를 하면서 랜딩대기줄을 이탈해 이륙순서가 끝으로 밀렸다고 기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같은날 오전 8시 40분 출발예정이던 이스타항공 소속의 다른 항공편인 ‘ZE601’편은 오전 11시 28분에 출발했다.
오후 2시 전이라도 급유를 마치고 이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륙 대기를 오래 하다 보니 급유를 해야 해 벗어난 것일 것이며, 이 경우 이륙 대기 순서는 공항에서 정해주는 만큼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소송이 진행 중이며, 아직 내부 파악 중인만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기본 규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14시간…“위기대처 매뉴얼 부재 탓?”
ZE605편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무려 14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르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국제선의 경우 항공기 내에 4시간 이상 승객을 태워서는 안 된다.
또, 지연시 매 30분 간격으로 지연사유와 진행상황 등의 정보를 승객들께 제공해야하며, 이동지역 내 지연이 2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적절한 음식물을 제공해야 한다.
소송을 제기한 승객들은 이스타항공이 14시간의 지연시간 동안 승객들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예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승객들 중 내리길 원하는 승객을 제외한 모든 승객들은 14시간 30분 동안 기내에 탑승한 채로 이륙을 기다렸다.
또, 오후 3시께 케이터링 차량을 통해 운반된 ‘물을 부어 먹는 봉지 비빔밥’ 각 1개와 물을 제공받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음식도 제공받지 못했다.
이외에 30분 간격으로 지연사유와 진행상황 등 정보를 제공받지도 못했으며, 하기(下機)가능성에 대해서도 안내받지 못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승객들이 4시간 이상 기다릴 것으로 판단된다면 항공사에서 승객들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이 맞으며, 대부분 항공사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며 “왜 이스타항공이 14시간 넘게 승객들을 기내에 태웠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방법이 담긴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이 큰 피해를 본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무법인 예율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일부 승객은 승무원에게 위기대처 매뉴얼 부재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어느 승무원이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위기대처 매뉴얼은 존재한다”며 “당시 승객을 보호함에 있어 규정상에 문제는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스타항공 ZE605편을 이용한 승객들 중 64명은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좁고 밀폐된 기내에서 장시간 대기하면서 지연 사유와 상황, 운항일정 등에 관해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해 심한 피로와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적 손해 및 결항으로 일정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면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을 배상하라며, 1인당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