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마트 근로자 "높아진 노동 강도, 커피 한 잔 여유도 없다"
박상순 씨 "휴게시간 단축, 병가자·퇴사자 속출" 인력 충원 요구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지난해 12월 신세계그룹은 올 1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주 35시간 근무는 유럽 등 해외기업에서 볼 수 있는 근무형태로 신세계그룹은 임직원에게 ‘휴식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임금 삭감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업계에서 꽤나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인상 무력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근로시간이 줄긴 했지만 업무 총량이 줄어들지 않아 사실상 효율적인 근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컨슈머치는 이마트에서 근무 중인 박상순 씨와 인터뷰를 통해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제 급여의 변화는 어떻습니까?
임금 삭감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1월 1일부터 시작됐고 저는 오늘(1월 16일) 임금을 확정하고 왔습니다.
최저임금인상에 맞춰 반영된 월급이지만 근무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인상을 적용하면 작년에 비해 월급이 20만 원정도 올라야 맞지만 근무시간이 1시간 줄어들어 월급은 아주 조금 더 올랐고 결국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임금 인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Q. 임금 인상 효과는 없었지만 1시간 이른 퇴근이 주는 여유나 ‘저녁이 있는 삶’은 만족하십니까?
어린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는 근로시간 단축을 환영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대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마트 업계에서는 사실 1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은 그림의 떡이죠.
일부 직군은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트는 오후 11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1시간 단축을 통해 느낄만한 여유는 크지 않습니다.
Q. 사측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사측이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고 한 만큼 이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합의한 사항 아닌가요?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위해 2년 동안 준비했다고 하지만 저희는 뉴스에 나온 다음에야 소식을 접했어요.
저는 주변사람이 신세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다는 뉴스를 봤다고 얘기해줘서 알았죠.
이후 회사에서는 설명회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근무가 없는 날이라 그 설명회 조차 듣지 못했지만 제가 알기로 직원들은 설명회를 듣고 이에 동의한다는 식의 서명을 했다고 해요.
거의 통보식이었다고 전해 들었어요.
물론, 이마트에는 제1노조, 제2노조, 교섭노조가 있어 교섭노조와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합의를 봤지만 제1노조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거죠.
사측은 제1노조나 제2노조는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Q. 근로시간 단축이 도입 된지 벌써 보름 정도 됐네요. 업무적인 변화도 많을 것 같다. 휴게시간도 단축됐다고 들었는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노동 강도가 많이 세졌다.
8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을 7시간 안에 해야하는데 인력은 충원하지 않고 근로시간만 단축했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해요. 12월 말하고 올해 1월 1일은 연장 근무를 시켰어요.
사측과 미팅할 때는 밤 12시까지 운영하던 것을 밤 11시로 단축하는 것은 그 시간에 나오는 매출을 포기하기하고 여러분을 위해서 줄였다고 얘기해요. 그러니까 회사를 위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면서요.
1시간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캐셔(계산원) 같은 경우는 교대시간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고 예민해져 있어요.
기존에 캐셔들은 교대시간에 맞춰 정해진 휴게시간에 돈을 입금하기도 하고 잔돈을 바꾸는 등의 업무를 해야 하는데 휴게시간이 30분에서 20분으로 줄어들면서 엄청 동동 거리면서 일합니다.
캐셔들은 출근해서 보통 1번 계산대에서 1시간 30분~2시간 정도 근무를 하고 계산대를 이동을 하거든요. 보통 출근하면 4번의 계산대를 옮겨 다닙니다.
이 사이 휴게시간이 10분씩 줄어 예전보다 30분 더 일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러면 근무시간은 1시간 줄어든 게 아니라 30분 줄어든 것인데 월급은 1시간 줄어든 월급을 받게 됩니다.
밥 먹는 시간도 무급으로 기존에는 1시간이 주어졌는데 이제는 매장 상황에 따라 30분만 쉬라고 해요. 1시간의 식사 시간은 온전한 근로자의 시간인데 이 마저도 30분식 찢어 쉬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이런 저런 말을 할 수 없는 우리 같은 근로자들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입장인거죠.
덕분에 직원들은 담배나 커피 한 잔의 여유 없이 일만 하고 있어요.
Q. 이런 부분들에 대해 사측에 얘기한 적은 있으세요?
물론, 사측도 알고 있을거에요.
여러 날 동안 곳곳의 지점들을 돌아다니면서 피케팅 등을 하며 사측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대답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교섭노조가 아니기 때문 인거죠.
제1노조와 협상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Q. 이마트가 최근 주요 점포 3곳에 무인 계산대 ‘셀프 체크 아웃’을 도입했어요. 물론 전 점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노동강도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지점은 아직 무인 계산대가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이 정책 또한 저희 근로자를 위한 정책은 아니죠.
일할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거니까 직원을 돕기 위해서도,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본인들의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 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봐요.
지금 특별히 저희 노동 강도에 대해서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거든요.
정말 일손이 부족해서 없는 시간에 기존 업무량을 소화하다 보니 남은 일은 다음 사람한테 넘겨지기도 하고, 출근부터 퇴근까지 정신없이 일만해요.
Q. 구체적으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떤가요
캐셔들은 예민해지기 일쑤고, 회사에 오면 마음이 너무 바빠요.
여유가 없어서 살짝이라도 다리를 펴고 앉지도 못해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분들은 여기 저기 근육통에 시달리고 너무 힘들어서 병가자들도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병가자들은 병가를 3개월 사용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인력 충원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존 인력으로 업무를 할당하다 보니 일이 너무 힘들어서 퇴사하는 사람들도 늘고 악순환의 반복이에요.
Q. 궁극적으로 회사에 희망하거나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회사에서 주 35시간 근무에 대해 대대적으로 발표한 만큼 해당 사안에 대해 번복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선점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구요.
저희는 인력을 충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근무시간 단축으로 8명이 하던 일을 7명이 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까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력 충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그저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고, 무엇보다 노동 강도가 강해지면서 매장 내 직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만큼 개선책이 나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