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의약품 가격 평균 14% 내렸다
2012-04-01 소비자고발
오늘(1일)부터 의료기관에서 처방받는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내려간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월1일 이전 건강보험에 등록된 의약품에 대한 일괄 약가인하를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약가인하 정책은 제약사들이 복지부를 상대로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당초 순탄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주요 제약기업들이 소송전에 참여하지 않았고,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30일 KMS제약 주식회사가 복지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복지부는 예정대로 1일부터 차질없이 시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시행 첫날인 1일이 휴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효과는 2일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시행되면서 이제 국내 제약업계 관심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떤 혜택 있나…
이번 제도에 따르면 현재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값은 최초 오리지널(특허 보호 당시)의 80%, 첫 제네릭(복제약)은 최초 오리지널의 68%를 약값(상한가격)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53.55%로 낮추기로 했다.
특허가 끝난 다음 오리지널이든 복제약이든 모두 동일한 효능과 효과 및 안정성이 입증된 약임에도 약가가 서로 다른 이유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었다. 따라서 오리지널이나 복제약에 관계없이 특허가 만료되면 같은 가격으로 통일키로 한 것이다.
다만 첫 복제약 등재 후 1년간은 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빠른 제네릭 등재를 유도하기 위해 상한선을 특허만료 이전 신약 가격의 59.5∼7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초 1년 경과 후에도 공급사가 3개 이하인 경우 약가를 우대(오리지널 70%, 제네릭 59.5%)했다.
계획대로 약가 인하가 진행되면 1만3814여개의 건강보험 등재 약 가운데 6506개(47.1%) 품목의 가격이 지금보다 평균 21% 내린다. 전체 약값 평균으로 보면 14% 인하된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이번 정책 시행으로 노인, 장애인이나 고혈압, 당뇨처럼 만성질환으로 인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 또는 특허가 만료됐으나 고가의 오리지널약을 먹던 이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사노비아벤티스의 '플라빅스' 1정이 2014원에서 1445원으로, 대웅제약의 '글리아티린연질캡슐'이 904원에서 648원으로 내려간다. 이에 따라 뇌졸중으로 글리아티린 연질캡슐과 플라빅스정을 지속적으로 복용해 온 A환자는 이번 약가인하로 51만7000원에서 37만1000원으로 연간 14만6000원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약가인하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복지부는 총 1조7000억원의 지출절감요인이 발생하고, 이 중 보험재정 절감효과가 1조2000억원으로 예상돼 올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인상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건보료 인상폭은 5.9%였으나 올해는 2.8%였다. 또 건보재정 적자는 2010년 1조3000억원에서 2015년 5조8000억원, 2020년 17조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 약가인하 제도를 통해 리베이트의 원천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2007년 발표자료를 인용해 제약사 총 매출액의 평균 20% 정도가 리베이트 비용으로 나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금액을 제약계 전체 매출액으로 환산할 경우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리베이트 규모는 연간 약 2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생산원가 대비 복제약값이 높게 책정된 현행 제도 아래 제약사는 굳이 개발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부담이 큰 신약개발에 힘쓸 유인이 없다"며 "이보다는 판매관리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쪽이 기업이익을 실현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가인하를 통해 리베이트의 원천이 되는 약가거품을 일괄적으로 없애고, 그러면 국민들은 불필요한 약을 덜 먹게 돼 국민 건강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약가인하로 인해 품질 저하 및 의약품 공급 차질 우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측은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 중 하나가 필수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이라며 "약값으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원활한 의약품 공급으로 환자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가 등의 사유로 의약품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조정 절차 등을통해 약값 인상 등 원활한 의약품 공급을 위한 조치들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지부는 환자의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경제성이 없어 제약사가 공급을 기피해 정부가 특별히 관리하는 퇴장방지의약품 등은 이번 약값 인하에서 제외했다. 1만3800여 품목 중 약 53%인 7300여 품목이 이번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혁신형 제약 기업 '화두'로
약가인하가 예정대로 시행되면서 복지부가 오는 5월 선정할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이 일정비율을 넘어서는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보험약가 우대, 금융 및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구개발 및 해외진출 역량을 갖춘 '혁신형 제약기업'을 집중 지원해 특정질환 등에 특화된 전문 제약기업, 제네릭을 대량생산하는 글로벌 제네릭 기업, 선진 다국적기업 수준의 글로벌 메이저 기업 등 3가지 '글로벌 기업군'이 주도하는 선진 제약 생태계로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높은 연구개발 투자나 선진국 수준의 생산시설 보유 등으로 신약개발이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역량과 의지를 보유한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하고, 관련 부처들과 적극 협력해 보험약가 우대, 세제지원, 금융지원, 국가연구개발사업 지원시 우대 등 집중적인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진출 경험 부재와 전문 인력 부족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분산된 신약 및 수출 관련 정보들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신약전주기 종합정보지원센터'를 구축한다. '제약산업 특성화 대학원'과 비학위 '라이센싱 및 글로벌 인허가 전문가' 과정을 설립해 정보 및 인력 인프라를 강화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조만간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과 함께 곧바로 혁신형 제약기업 신청공고를 내고, '제약산업육성·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5월까지는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선정기준은 의약품 매출액 대비 의약품 연구개발비 하한선을 직전 3개년도 평균을 기준으로 연 의약품 매출액 1000억원 미만 시 7%, 1000억원 이상 시 5%, 미국 또는 유럽연합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EU-GMP) 시설 보유 시 3%로 정해졌다.
이밖에 인적·물적 투입자원의 수준과 신약연구개발 활동의 우수성, 국민보건 향상 기여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건에 충족하는 업체는 5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