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양성분표 '1회 제공량'은 꼼수?
2012-11-22 박지현 기자
“누가 이걸 3번에 걸쳐서 마신다고….”
며칠 전, 열량에 민감한 기자의 친구가 모 회사 음료를 마시다 말고 인상을 썼다.
100kcal인줄 알고 샀던 음료 열량이 알고보니 100ml당 100kcal로 총 300kcal를 훌쩍 넘겼던 것이다. 다이어트 한다고 기껏 열량이 적은 것을 골랐더니 오히려 더 열량이 높은 음료를 선택하게 된 꼴이었다.
사실 그 친구도 1회 제공량 및 총제공량 정도의 개념은 알고있었지만 그날따라 총제공량은 안보이고 1회 제공량만 눈에 들어오다보니 그런 실수를 했다고 실토했다.
모든 가공식품에는 영양성분을 표기하게 돼 있으며, 최근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기자의 친구처럼 식품을 구매하기 전에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 영양성분표를 읽는 방법이 참 애매하다.
식품의 열량은 ‘1회 제공량’을 기준으로도 표기되는데 까딱하면 이 ‘1회 제공량’을 전체 열량으로 오인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고시 '식품등이 표시기준' 제9조 관련 별표1에 따르면 "영양성분 함량은 1회 제공량당, 100그램(g)당, 100미리리터(㎖)당 또는 1 포장 당 함유된 값으로 표시한다. 이 경우 영양성분 함량 단위는 [표 2]영양소 기준치의 영양소 단위와 동일하게 표시하여야 하고, 1회 제공량과 총 제공량을 함께 표시하는 때에는 그 단위를 동일하게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이 규정에 따라 식품 영양성분표에는 ‘1일 영양 권장량’에 따라 영양소가 함량비율에 맞춰 표기된다.
기자는 가공식품을 총 몇 회 제공량 등으로 나눠 표기하는 것이 제조업체에서 식품에 들어간 당, 포화지방, 나트륨 등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영양소의 함량비율과 열량을 조금이라도 적게 보이게 하기 꼼수는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실례로 모 회사 과자 한 봉지의 영양성분표를 보면, 1회 제공량은 약 1/2 봉지(30g)가 기준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를 과자 한 봉지(약 74g)를 기준으로 영양성분표를 작성하면, 반 봉지를 기준으로 작성할 때에 비해 포화지방 함량비율이 16%에서 32%로, 11%였던 나트륨은 22%로 증가하여 표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영양성분표를 보고 과자 한 봉지를 먹으면 하루 권장 나트륨량의 22%를 섭취하게 된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고,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해당 제품을 쉽게 구매하진 않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제조업체에는 1회 제공량을 반으로 줄여 표기하는 편이 오히려 제품 판매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과자 한 봉지, 우유 한 팩, 초콜릿 1개, 음료수 한 병.
대용량으로 포장된 상품을 제외하고는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 한 개를 1회 제공량이라고 생각하며, 일반적으로 한 번에 한 개를 다 먹는다.
그런데 손바닥 크기만 한 음식을 가지고 총 2회 제공량, 3회 제공량으로 나눠 성분을 표기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해서 표기하도록 한 영양성분표가 오히려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데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