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베이션 '전기차배터리 핵심기술 유출' 소송 초읽기

2019-05-07     김현우 기자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배터리 핵심기술 유출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사는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및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팩, 샘플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제소는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2차 전지 관련 핵심 기술이 다량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기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고, 이 인원들이 핵심 기술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이직 인원들이 회사 시스템을 통해 LG화학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개인당 400여 건에서 많게는 1,900여 건까지 다운로드 한 기록을 근거로 들어 설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용해 배터리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고 보고 있다.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으나, 올 2019년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까지 총 1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한 관계자는 “LG화학은 지난해 전사에 1조 원, 배터리에 3,0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는데,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과 배터리를 합쳐 연구개발비가 2,300억 원에 그친다”며 “특허에 있어서도 LG화학의 배터리 특허가 1만6,685건임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하면서 불거질 국익 훼손은 유감”이라며 “LG화학에서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법적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력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윈윈에 기반한 공정경쟁을 통해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확실히 말씀드린다”며 “이는 자동차 산업 글로벌 리더들의 SK 배터리 선택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제소는 ITC가 내달 중으로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사 개시 여부나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법적 대응을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