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효자 노릇 톡톡

교통사교 예방에서 범죄 예방까지, 다방면으로 사용돼

2013-12-13     윤초롬 기자

[소비자고발신문 = 윤초롬 기자] 과거 일부 고급차와 택시에서만 볼 수 있던 차량용 블랙박스가 보급화되면서 최근에는 일반 차량은 물론 블랙박스를 장착한 자전거까지 보이고 있다. 그 시장규모도 2010년 25만대에서 2012년 150만대로 급증했다.

현재 블랙박스는 단순히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 블랙박스가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출처 = 한라마이스터)

▶ 교통사고 감소 효과

블랙박스는 교통사고 전․ 후의 사고발생 영상, 위치, 차량 운행 상태, 음성 등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장치로 교통사고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통사고 발생 시 블랙박스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과거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했지만 이제는 다 옛말이다. 블랙박스 영상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고 과실율을 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덕분에 과거에 비해 사고 처리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고 있다.

스위스 손해보험회사 AXA는 지난 2008년 청년 운전자를 대상으로 차량용 블랙박스를 무료 장착해주고 기기 장착 시 보험료를 최대 20%까지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지켜본 결과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 운전자의 사고율이 기존 대비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량용 블랙박스 장착 후 택시의 교통사고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택시공제조합에 따르면 2008년 4월 소속 택시에 블랙박스를 장착한 결과 블랙박스를 장착하기 전인 2007년에 비해 교통사고가 9.6% 감소했다.

부산택시공제조합 역시 2010년 소속 택시에 블랙박스를 장착한 뒤 교통사고율이 6.9% 줄어든 것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반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정확한 수치는 없다. 그러나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예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블랙박스를 장착할 경우 운전자가 안전 운전을 하려는 경향을 보여 이로 인해 교통사고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누구라도 사기 행각의 표적이 될 수 있지만 블랙박스가 있다면 안심이다.(출처 = 금융감독원)

▶ 보험사기 예방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방지센터에 의하면 지난 2012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4533억 원으로 8만명이 넘는 인원이 보험금을 노리고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자동차보험금을 노린 사고만 60.4%로 절반 이상의 보험 사기가 고의적인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보험 유형별 보험사기 적발금액 (출처 = 금융감독원)

자동차 보험사기는 주로 범법 차량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갑작스러운 차량 변경 등으로 고의적으로 사고를 유발한다. 또한 좁은 골목길에서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고급 외제차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누구라도 사기 행각의 표적이 될 수 있지만 블랙박스가 있다면 안심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최근 블랙박스가 보편화되며 이로 인해 억울하게 당한 교통사고 사기로부터 구제받는 사례가 많다”며 “블랙박스 장착은 자기 방어 차원에서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기의 표적이 됐을 땐 사기자의 협박에 응하지 말고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고의적인 사고 가능성을 피력하고 현장을 촬영하는 한편, 사기 혐의자의 인상착의와 연락처를 명확히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서는 보험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블랙박스 영상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이와 관련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 범죄 예방 효과

블랙박스가 범죄 예방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CCTV가 없는 곳에서 차량의 블랙박스가 이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블랙박스를 이용해 범죄자를 검거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각 지방경찰청에서는 방범 활동에 블랙박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18일까지 ‘블랙가드’ 3000여명을 모집했다. 블랙가드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나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 취약지나 우범지역으로 접근하는 주요 길목 등에 거주하는 주민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자료를 치안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다.

광주지방경찰청장 관계자는 “블랙가드로 인해 고비용이 소요되는 CCTV 증설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범죄자들에게 상시 감시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범죄 발생 억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의 ‘히든아이’와 강릉경찰서의 ‘안심 Net Cops’, 인천지방경찰청의 ‘Road eye-캅스’ 역시 이름만 다를 뿐 블랙박스를 이용해 치안 유지를 하는 제도이다.

경남 김해시는 서부 경찰서와 지역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22개소에 CCTV 대신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블랙박스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피해보단 이점이 더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7월 2014년부터 택시 내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고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