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er Script
[르포] 제2롯데월드 사고 현장 가보니…"방해하지 말라"
[르포] 제2롯데월드 사고 현장 가보니…"방해하지 말라"
  • 윤초롬 기자
  • 승인 2014.04.08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고 발생 징후 함구령 내려졌나? 손사래 치고 무시하고…“완공돼도 갈수 없을 듯”
 

[컨슈머치 = 윤초롬 기자] “오늘 여기서 사고가 났다고요?

송파구청 근처에서 행인들에게 커피를 주며 노방전도를 하던 주부 A씨는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묻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전도를 준비하기 위해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사고가 발생한 징후는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는 “구급차나 경찰차가 몰려온 것도 아니고 사람들도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뉴스를 보지 못해 그런 사건이 발생한지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8일 오전 8시 40분경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황모씨(38)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시간이 지난 11경, 기자는 당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 유일하게 예민하던 안전 관리자들

여느 사고 현장처럼 북적이는 인파와 엄격한 통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장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오히려 더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인부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간혹 한 두 팀의 취재진이 보이긴 했지만 이들도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하고 금방 발길을 돌렸다.

다만 공사 안전 관리자들이 사고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아 롯데 측에서 이번 사고에 예민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관리자는 기자가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모른다”며 말머리를 잘랐다. 또 다른 관리자는 “지금 업무 중인거 보이지 않느냐. 방해하지 말고 저리 가달라”며 강하게 말했다.

어렵게 우호적인 한 관리자를 만났지만 그 역시 똑같은 말을 했다. 그는 “여기서 뭘 묻는다 해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무 것도 없다.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혹시 위에서 사고에 대해 함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른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 현장 작업자들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정오 쯤이 되자 점심을 먹기 위해 현장을 나오는 작업자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기자의 신분을 밝히면 손사래를 치거나 무시하고 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대답이 돌아와도 “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1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B씨는 “오전 중에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일하는 중이었고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작업할 때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1층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꺼려한 작업자 C씨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만 해도 약 300군데고 인원 수로만 따지면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안다”며 “공사 현장에서 누군가 죽었다고 일일이 영향을 받으면 어떻게 일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현장에 자재를 배송하는 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했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며 “사고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겨 아주 곤란하게 됐다”고 전했다.

 

주위 시민들은 사고 발생조차 인지 못해

사고 현장을 담당한 경찰은 이날 오전 “황 씨가 배관 작업을 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주위 시민들은 어떠한 소리도 듣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동에 거주하는 시민 D씨는 “그러한 사고가 있었는지 몰랐다. 집이 소리가 들리기엔 거리가 있었나보다”며 “오전에 아이들과 산책을 하려고 석촌 호수에 다녀왔는데, 그때도 몰랐다”고 말했다.

현장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종업원 E씨는 “오픈조라서 이른 아침부터 출근했는데 사고가 난줄 몰랐다”며 “어쩐지 점심시간인데 평소보다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역시 현장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F씨는 “얼핏 사고 때문에 내부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해 듣긴 했다”며 “그렇지만 밖에서 보기엔 평소랑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 근처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G씨는 “제2롯데월드가 계속 문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완공돼도 불안해서 갈 수 있을까 싶다”며 제2롯데월드의 안전에 의문을 던졌다.

한편, 현재 황 씨는 냉각수 배관의 기압 테스트 중 공기압으로 인해 튕겨 나온 철제 배관 뚜껑에 머리를 다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롯데 측은 향후 입장이 정리 되는대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성동구 아차산로 7길 36 2층 512~515호
  • 편집국 : 02-508-3114, 사업부 : 02-508-3118
  • 팩스 : 070)7596-202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석
  • 법인명 : (주)미디어넷
  • 제호 : 컨슈머치
  • 등록번호 : 서울 아 02021
  • 등록일 : 2012-03-15
  • 발행일 : 2012-03-07
  • 발행인 : 고준희
  • 편집인 : 고준희, 이용석
  • 사업자 등록번호 : 220-88-33796
  • 컨슈머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컨슈머치.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consumuch.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