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민적 애도 물결 속에 정계, 재계를 비롯해 많은 단체에서 행사를 지연 또는 취소하고 슬픔에 동참하고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 역시 세월호 사고 이후로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소비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특히 상당수 기업들은 각종 사내외 행사를 취소하고 광고 활동을 축소하며 국민적인 애도(哀悼)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임직원에게 ‘골프와 음주를 자제하라’는 구체적 지침도 내렸다. 이밖에도 많은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마케팅을 최대한 축소시키고 있다. 소비시장에는 자연스럽게 찬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신제품 출시 미루고, 마케팅 축소하고
한화그룹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경우 단체행사 취소가 줄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도 취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에만 5000여 객실이 취소됐고, 특히 전국적으로 수학여행이 보류되면서 속초 한화리조트는 6월까지 60여건의 수학여행 예약이 취소되는 등 금액으로는 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63씨월드를 비롯한 일산, 여수, 제주 등 4곳의 아쿠아리움 입장객 수는 사고 전 주말에는 4만 4000명을 기록한 반면 사건 이후 주말에는 3만 5000명으로 줄었다.
한화 측은 “여객선 침몰사고의 여파로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평소보다 입장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 문화 산업의 시름도 별반 다르지 않다.
CJ푸드빌은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중식당 ‘몽중헌’, 일식당 ‘우오’ 등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외식업체로서 세월호 사고 이후 늘어나는 외식 취소에 한숨짓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저녁 매장당 예약 취소가 5~6개에 달했다”며 “평소에는 예약 취소가 제로에 가까운데 이날은 10% 가까운 고객들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4월은 소비가 많은 5월을 대비해 소비를 줄이는 시기인데다 사회적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걱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저녁 식사 자리를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장을 찾는 이들도 대폭 줄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첫 주말인 18일부터 20일까지의 박스오피스 1위~5위까지의 관객수가 33%(38만 6209명)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영화계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관객들이 극장가를 찾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5월 연휴 대목을 노리고 있는 영화 ‘표적’의 개봉을 앞둔 CJ엔터테인먼트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표적’은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개봉을 한 주 앞둔 시점에서 언론시사회 및 각종 행사 등을 통해 홍보에 주력해야 하지만 공식 홍보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자간담회 및 VIP 시사회, 배우 개별 인터뷰 등도 취소됐다.
하지만 우선 순위는 당연히 세월호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기자간담회는 영화를 언론 및 관계자들에게 처음 선보이며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지만 이보다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애도에 동참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 애도에 동참하는 게 먼저"
신제품 홍보는 자제하거나 아예 출시를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주류는 첫 맥주 제품인 클라우드를 예정대로 출시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관련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 롯데주류는 당초 지난 21일까지 신제품 클라우드의 프리 론칭 광고를, 이후에는 본 광고를 계획했지만 현재 모든 마케팅 활동을 중단했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주류·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주류 업체들이 주류 광고를 당분간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사실상 자숙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은 아예 유가족들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사고 직후 속옷, 양말 등 생필품 수천 점을 진도에 있는 현지 봉사단에 보냈다. 지난 18일부터는 전 계열사에서 자원봉사자를 선정해 현장에 내려보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내부적으로 성금을 모으자는 얘기를 듣고 동참 의사를 밝혔다.
코오롱 이웅렬 회장, 성금 모으자 얘기에 '끄덕'
코오롱이 다른 기업보다 선두에서 모범을 보이는 까닭은 지난 2월 경주에서 발생한 리조트 붕괴 사건 때문이다. 진도에서 활동 중인 한 코오롱 직원은 “누가 뭐래도 희생된 유가족의 슬픔을 우리는 잘 알 수 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측은 최근 논란이 된 마케팅 광고 문구와 관련해선 “논란이 불거진 문자 메시지는 분평점 측에서 단독으로 해당 지역 고객들에게 보낸 것이며 본사 차원에서 기획된 마케팅이 아니”라며 “본사 차원에서 대리점 관리에 소홀했다는 데 책임을 느끼고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