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윤초롬 기자] 사용실적과 혜택한도의 덫에 걸린 카드혜택은 어떤게 있을까?
신용카드사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그들은 광고를 통해 자사의 카드를 아직 사용하지 않는 당신을 나무란다. 지금 당장 필요한 혜택이 이렇게 많은데 왜 가입을 망설이는가? 그들은 “카드를 만드는 순간부터 당신은 현명한 소비자다”라고 말한다.
누가 들어도 혹하는 말이다. 실제로 카드사가 주겠다는 혜택을 보면 헉,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굉장한 내용들이 많다. 당장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말로 이 모든 혜택을 다 주는 걸까?
컨슈머치는 이런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해 각 카드상품들의 광고문구와 소비자들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비교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신한, 삼성, 현대 이 3사의 대표카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명시한다.
▶ 삼성카드
삼성카드의 대표 상품은 숫자카드다. 그 중 할인에 중점을 둔 4카드는 혜택을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인기 많은 상품 중 하나다.
4카드의 주요혜택은 ‘모든 가맹점 0.7% 혹은 1% 할인, 무이자할부 2~3개월’이다. 무이자할부와 할인 혜택을 함께 이용할 수는 없지만 가장 인기 많은 상품답게 사용실적이나 혜택한도가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삼성카드는 이 4카드를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던 걸까. 다른 숫자카드에는 혜택을 위한 각종 조건과 제약이 따라붙었다.
2카드를 살펴보자. 2카드의 주요혜택은 ‘교통·통신 10% 할인, 패션·커피·레스토랑 등 1%~5% 적립’이다. 삼성카드 홈페이지 내의 카드혜택 설명 페이지를 보면 이 외에도 롯데시네마 동반 1인 50% 할인과 같은 눈에 띄는 혜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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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카드는 전월실적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통신비, 교통비를 할인 받을 수 있다. |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교통비·통신비 10% 할인의 경우 전월 사용 실적에 따라 월 최대 1만 2000원까지 할인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최대라 함은 전월에 90만 원 이상을 사용해야 교통비와 통신비를 모두 합쳐 1만 2000원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전월에 30만 원 정도만 사용했다면 4000원 할인, 즉 교통비와 통신비를 합쳐 4만 원이 나와야만 온전히 10% 할인받을 수 있다.
영화혜택도 살펴보자.
분명히 카드 회원이 롯데시네마를 이용할 경우 동반 1인에 한해 무려 영화 티켓의 절반이나 할인해준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할인 한도는 4500원이다. 그것도 1년에 12번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티켓 가격이 1만 원인 주말에 영화를 보거나 3D 영화를 볼 때는 온전히 영화 티켓의 50% 할인을 받을 수 없다.
3카드 역시 CGV에서 영화를 볼 경우 동반 1인에 한해 주중에는 무료, 주말에는 절반이 할인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각각 할인한도가 9000원, 4500원이었다. 애초에 주말에는 50% 할인이 불가능한 것이다.
▶ 현대카드
최근 TV 광고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현대카드는 바로 X 카드다.
어디서 사용하든 사용금액의 0.5% ~ 1%를 X 캐시백으로 적립해주는데, 이 X 캐시백은 ‘1포인트 = 1원’의 가치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사용하지 않은 X 캐시백은 통장으로 입금도 된다. 여기에 매 시즌마다 지정된 가맹점에서는 무려 사용금액의 5%가 X 캐시백으로 적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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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카드X는 50만 원 이상 사용해야 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다. |
그러나 여기에도 조건은 있다. 당월 50만 원 이상 사용했을 경우에만 X 캐시백이 적립되며 그 이하로 사용했을 경우에는 미안하지만, 적립이 안된다. 여기에 시즌 캐시백은 해당 업종을 제외한 다른 가맹점에서 50만 원 이상 사용해야 5% 적립해준다.
즉, 한달 동안 카드로 50만 원을 결제했을 때 2500원을 돌려주는 셈이다.
포인트적립카드인 현대카드M Edition2 역시 비슷하다. 업종별로 사용금액의 0.5~2%를 적립해준다지만 이 역시 50만 원 이상을 사용했을 때에 해당된다.
다만 현대카드 M 시리즈는 캐시백 카드들과는 다른 ‘Mday 무료세차 서비스’라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현대 오일뱅크에서 3만 원 이상 주유하고 M포인트로 결제할 경우 한달에 한번 무료 세차가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M day로 지정된 월요일에만 혜택을 준다.
피같이 모은 포인트를 3만 점이나 결제하는데 그게 무료라니. 현대카드는 일정 금액 이상 주유하면 무료세차쿠폰을 주는 주유소가 널리고 널렸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 신한카드
신한카드는 업계 1위답게 혜택에 대한 과대포장이 가장 양호한 편이었다.
신한카드의 스테디셀러 LOVE 카드를 살펴보자. 무엇보다 8000원(국내전용)이라는 저렴한 연회비가 주요 장점인 이 상품은 쇼핑, 영화, 주유, 레스토랑 등 전 범위에 걸친 통큰 할인 혜택이 눈에 띈다. 온오프라인 쇼핑몰 최대 5% 할인, 레스토랑, 커피 최대 30% 할인, 영화 7000원 할인이 바로 그것.
그러나 사용실적에 따른 통합할인한도라는 함정이 있다.
실적이 20~30만 원일 경우 5000원, 30~50만 원은 1만 원, 50~80만 원은 2만 원까지 익월에 할인받을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혜택은 굉장히 많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적어 한때 소비자들 사이에서 ‘낚시카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신한카드에서 새로 출시한 23.5˚도 잠시 살펴보자.
이 상품의 가장 눈에 띄는 혜택은 바로 대중교통비 일 200원 할인이다. 즉, 매일 사용하는 대중교통비를 금액에 상관 없이 200원씩 할인해주는 혜택이다. 매일 대중교통을 하루라도 이용한다면 한달에 6000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월 이용실적이 3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당연히 따라붙는다.
지금까지 주요 카드 3사의 상품 혜택을 비교해봤다.
소비자를 혹하게 만드는 광고 문구와 달리 대부분의 상품들은 야박하게도 혜택에 대한 엄격한 조건과 제약들이 따라붙었다. 물론 이러한 조건과 제약이 없는 상품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런 상품들 대부분은 조건이 붙은 상품과 비교했을 때 할인이나 적립의 폭이 크지 않았다.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연회비가 비쌌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고 했던가. 카드를 사용해야 현명한 소비자인지, 사용하지 않아야 현명한 소비자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