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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원룸의 절반 가량은 근린생활시설을 불법으로 개조한 건물이다. |
[컨슈머치 = 윤초롬 기자] 사례) 최근 취업 때문에 상경한 사회초년생 박 모씨는(27, 여) 신림동에서 원룸 계약을 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인 원룸을 계약했는데 중개수수료가 40만 원이 나왔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박 씨가 공인중개사에게 따지자 부동산 중개업자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해당 매물이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9% 이내로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공인중개사의 설명이 맞는 것일까?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주택을 계약할 경우 서울시 부동산 중개수수료 요율표에 의해 계산한 중개수수료는 21만 5000원이다. 여기서 법적으로 중개수수료가 20만 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중개수수료로 책정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0만 원이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원룸이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근린생활시설이란 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주기 위해 주택가에 인접한 시설물로 슈퍼마켓, 대중음식점, 목욕탕, 세탁소 등을 일컫는다. 얼핏 봐서는 원룸이 어떻게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 2동 근린생활시설에 고시원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원룸이 고시원으로 둔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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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기부등본 상에 건물이 '제2종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근린생활시설을 월세로 계약할 경우 부동산 중개수수료 계산 방법은 주택과 달라진다.
거래 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일 경우 주택은 계산에서 적용하는 요율이 0.5% 이내인데다 중개수수료 한도도 2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주택이 아닌 경우에는 요율이 0.9% 이내이고 한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근린생활시설을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계약할 경우 중개수수료로 책정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47만 7000원이다. 즉 위의 사례에서 공인중개사가 요구한 중개수수료는 적법한 것이다.
계약하는 원룸이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을 경우 세입자가 보는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전세로 계약하는 경우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전세자금대출은 주택을 전세로 계약한 경우 일부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로 주택 외의 건물 임대차계약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고시원의 경우 주택에 비해 건축 허가 기준이 미약해 그만큼 주거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건물주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굳이 건물을 고시원으로 등록해 주거용으로 개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시원은 주택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최저 주거 면적이나 주차장 면적 등에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지 않은 것이다. 쉽게 말해 좁은 면적에 많은 방을 만들 수 있어 그만큼 수입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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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차 계약서를 통해서도 건물의 용도가 '근린생활시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신림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공인중개사는 “정확하진 않아도 서울 시내 원룸의 절반 가량은 근린생활시설을 불법으로 개조한 건물일 것”이라며 “신림동의 경우 불법으로 용도 변경되지 않은 원룸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불법으로 용도 변경된 원룸을 해당 구청에 신고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세입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주거환경에 관한 부분은 이미 세입자가 건물주와 협의된 상태에서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는 불법 용도 변경과는 다른 문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고할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어 세입자가 이와 관련한 신고를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계약하기 전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을 통해 건축물이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는 지 확인해보고 만약 비주거용으로 등록돼 있을 경우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