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매년 연말을 앞두고 커피전문점들이 앞 다퉈 진행하는 행사가 있다. 바로 '다이어리' 증정 행사다. 소비자들이 이 한정 '다이어리'를 받기 위한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다이어리 증정 행사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2015년 스타벅스 플래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다.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선 프로모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음료 17잔을 마셔야 된다. 출시된 프로모션 음료 3종 중 저렴한 음료(5600원) 3잔과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4100원)를 기준으로 14잔을 마시면 약 7만4000원에 다이어리를 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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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커피전문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썸플레이스는 겨울 스페셜 음료 3잔을 포함해 음료 15잔 구매 시 다이어리를 증정한다. 스페셜 음료 3종을 동일하게 한번 씩 구매해야 하며 가격은 레귤러 사이즈를 기준으로 각각 4500원, 4600원, 5000원이다. 아메리카노(4100원) 12잔을 마시면 약 6만3000원에 다이어리를 얻을 수 있다.
할리스는 시즌 음료 1잔을 포함해 총 5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다이어리를 증정한다. 시즌 음료 중 가장 저렴한 음료(5700원)와 아메리카노(4100원)를 기준으로 4잔을 마시면 약 2만2000원에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
다이어리 증정 행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7잔, 15잔 등 다소 억지스런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다이어리 행사 영향으로 채워야 할 음료 수가 상향평준화 됐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에 비해 음료 5잔만 구매하면 되는 할리스의 조건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
이디야 커피의 경우 겨울 시즌 한정 판매 메뉴(4200원)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다이어리를 증정한다. 하지만 추첨을 통해 3500명에게만 증정하기 때문에 몇 잔을 구매하더라도 당첨될 지는 미지수다.
다이어리 행사에 열을 올리는 커피 전문점들과 다르게 일부 커피전문점은 시들한 반응이다. 엔제리너스는 2012년까지 다이어리 행사에 동참했지만 2013년부터는 다이어리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다이어리를 소비자에게 증정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있고 끼워 팔기 식이 강하다고 느껴져서 내부적으로 다이어리 증정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다른 경쟁 브랜드 쪽에서 진행하는 마케팅 다이어리 판촉보다는 엔제리너스만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마케팅 프로모션 활동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과열된 다이어리 마케팅은 주객이 전도된 잘못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온라인 중고사이트를 찾아보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스티커가 공공연하게 거래된다. 부르는 것이 값인 이 스티커의 가격은 500원부터 3000원까지 다양하다.
커피를 즐기고 경품으로 다이어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연말에만 받을 수 있는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스티커를 모으는 상황이다.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임모(31)씨는 "올해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는 것이 목표다"라며 "작년에는 스티커를 다 모으지 못했지만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사실 이렇게까지 스티커를 모아서 다이어리를 받아야 하나 싶었지만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사람이 많아 망설임 없이 스티커를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1년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뿔난 사건이 있었다. 스타벅스는 다이어리 증정 이벤트 이후 남은 재고를 자사의 '스타벅스 카드'를 충전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도 증정했다. 이는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충실히 음료를 구매해 스티커를 모았던 소비자들에게 반발을 샀다.
중랑구에 사는 대학생 최모(24)씨는 "커피전문점을 자주 애용하긴 하지만 매년 실시하는 다이어리 증정 행사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커피전문점이 다이어리 마케팅으로 잘못된 소비를 부추기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커피전문점 다이어리 증정 행사 기간이 끝난 후엔 온라인 사이트에서 또다시 다이어리가 더 비싼 값에 판매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