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현재 정부여당의 당정협의에서 요금인가제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새누리당은 오는 28일 당정협의를 통해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통신요금 인하 경쟁을 막아왔던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이통사 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의 독과점적인 이통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가지는 선도기업이 존재하는 등 국내 통신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는 매우 낙관적 전망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은 요금인가제 폐지를 통해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가격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이상, 현재와 같이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인하보다 SK텔레콤에 맞춰 자사 요금을 책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통3사의 과점체제에서는 자율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결국 통신시장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요금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의 가격남용행위, 이통3사 위주의 과점체제 고착화 등에 의한 폐해만 더 발생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요금인가제가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요금인가제를 운용하면서도 과도하게 인상되기만 하는 통신요금을 제어하지 않았고, 심지어 mVoIP 등 신규서비스를 차별하는 요금제를 인가하는 등의 그릇된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가 이통3사 모두가 치열한 경쟁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의 요금을 SK텔레콤에게 인가해 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치는 않지만 일부 통신요금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과도한 요금 인상은 억제될 수 있었다는 점, 소비자들이 규제당국에게 통신요금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요금인가제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이통3사 간 가격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장여건이 조성하기 위해 ▲통신시장 진입장벽을 풀어 이통3사 위주의 과점체제 해소, 소비자의 권익증진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통신요금 원가 등 관련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권 보장 ▲이통사들의 통신요금 담합행위 규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행위 규제 등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선행돼야만 한다.
이러한 선행 조치 없이 요금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시장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 중심의 통신시장이 고착화되거나 이통3사 위주의 과점체제가 구조화 돼 도리어 경쟁이 둔화되거나 시장을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정부여당이 아무런 전제조치 없이 현재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에 적극 반대한다.
현재 통신시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요금인가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권익증진을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대선 공약을 이행했다고 내세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정치행태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