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심야식당>. 만화가 흥행하면서 드라마, 뮤지컬에 이어 ‘스크린’까지 점령했다.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에서 줄곧 마스터로 등장한 코바야시 카오루가 영화에서도 그 자리를 꿰차면서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미 시즌마다 마스터 연기를 톡톡히 소화해 낸 코바야시 카오루. 한국의 요리열풍, 셰프열풍과 함께 마스터 열풍도 함께 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벌써부터 <심야식당>을 기다리는 예비 관람객이 많다. 6월 18일 개봉을 두고 예매할 수 있는 극장이 너무 적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출중한 외모의 오다기리 조도 이 영화에 참여해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기대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영화 <심야식당>의 진미를 맛보기 위해 시사회로 조금 서둘러 만나봤다.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
도쿄 번화가 뒷골목에 자리한 소박한 식당. 단촐한 메뉴 몇가지가 고정돼 있지만 주인장이 가능한 요리는 모두 해주는 곳. 모두가 집으로 돌아 갈 무렵,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운영하는 이 소박한 밥집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을 ‘심야식당’이라고 부른다.
‘어서오세요(이랏샤이마세)’. 마스터(코바야시 카오루 분)의 인사에 단골들은 자리를 잡고 마스터의 요리를 먹는다. 매번 이 식당을 찾아오는 단골들은 스트리퍼, 게이, 깡패, 샐러리맨 등이다. 이들은 주인공의 인생을 살아가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 주변인이거나 소외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 만큼은 주인공이 된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늦은 시간에 문을 여는 밥집에 이들을 반기는 마스터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찾아온 단골들의 말을 묵묵히 들어준다. 말을 절제하는 대신 그 사연에 맞는 음식을 대접한다.

영화 <심야식당>은 음식을 도구로 스토리를 풀어낸다. 이번 영화에서는 나폴리탄(스파게티), 마밥, 카레라이스가 각각의 에피소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여기 나오는 음식들은 단순한 도구이지 주인공이 아니다.
첫번째 에피소드 ‘나폴리탄’은 사랑이다.
부동산 사업가의 세컨드인 다마코가 이 음식의 주인공이다. 다마코는 부동산 사업가인 기둥서방이 죽고 모든 것을 잃었다. 그녀는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의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실감도 컸던 것. 그런 그녀를 위로하는 것은 마스터의 ‘나폴리탄’과 순수청년 ‘하지메’의 사랑이다.
두번째 에피소드 ‘마밥’. 고향을 떠나 도쿄로 온 미치루의 얘기다.
가족이라곤 할머니뿐 인 미치루가 성공을 위해 도시를 찾았다. 순탄치 않은 도시생활로 지친 미치루에게 심야식당은 의지 할 곳이 됐고 또 다른 가족이 됐다. 여름보양식으로 통하는 마밥은 마스터가 주는 선물이다.
영화로 보는 마지막 심야식당 메뉴는 카레라이스다.
후쿠시마에서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겐조. 우연히 봉사활동으로 찾아온 아케미에게 사랑을 느낀다. 아케미는 심야식당에서 배운 카레라이스를 봉사활동 때 선보였고 겐조는 그 마음과 맛에 감동돼 도쿄로 아케미를 찾아오지만 아케미는 그를 거절한다. 이때 심야식당에서 마스터의 카레라이스를 맛본 겐조가 허기진 마음을 채우고 위로 받는다.
▶조미료가 들어간 스토리를 원한다!
20분의 짧은 드라마로 끊어보던 심야식당을 2시간 가량 상영해서 그럴까? 다소 따분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의 고민을 듣는것 같은 에피소드 때문에 스토리가 조금 빨리 전개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로 만들어진 <심야식당>은 음식의 시각화보다 인물들의 스토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환상(?)으로 영화를 선택한다면 조심스럽지만 실망할 수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인물들이 마스터의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또 보는 사람 허기지게 만드는 영상들도 수두룩 했다. 그러나 이번엔 초점이 인물의 에피소드로 옮겨진 듯 보였다.
분명 드라마로 봤을 땐 먹고 싶고, 갑자기 배가 고프던 반응이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맛있게 조리돼 가는 음식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이었는데 말이다.
뭔가 허전한 영화판 <심야식당>에는 음식의 맛을 위해 조미료를 치듯 각본이나 연출에 조금 더 맛을 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 내 의견이다.
하지만 조미료가 없어도 좋았던 건 바로 마스터. 찾아오는 손님들의 말을 그저 묵묵히 듣고 위로의 말대신 요리로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한다. 그것도 아주 소박하게! 마스터의 그런 모습은 묵직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났다.
▶감수성 자극하는 영화의 또 다른 묘미
영화와 함께 시작되는 잔잔한 삽입곡들. 마음을 두들겼다. 퉁퉁 튕기는 기타소리에 아름다운 노랫말은 쉼 그 자체였다.
멜로디는 일본을 머릿속에 그릴만큼 전통적이면서도 따뜻했다.
‘파랗게 물든 꽃잎은 어디 갔을까’, ‘강물에 바람이 흘러간다’ 등 OST에 등장하는 가사가 꼭 스치는 일상이며, 인생 같았다.
여기에 일본의 감성을 가득 담아 낸 영상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는 도쿄의 1년을 2시간 안에 담아냈다.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에 숨가쁘게 지나가는 도쿄의 사계절도 맛보시길!
심야식당 (Midnight Diner). 드라마. 마쓰오카 조지. 일본.
2015년 6월 18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