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삼성 그룹의 잇단 악재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헤지펀드와의 힘싸움이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삼성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이 부회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엘리엇’의 습격…칼자루 쥔 ‘국민연금’
'이재용의 삼성'을 만드는 핵심은 두말할 필요없이 삼성전자를 장악하느냐에 달렸다. 따라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달 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소송과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총 결의 금지 가처분소송’과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 이는 주총을 막아 합병 결의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의도와 ‘KCC’를 이용한 우호지분 확보를 막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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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삼성물산과 기업 이익과는 상관없이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을 위한 합병일 뿐이라는 엘리엇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해당 가처분소송 관련 첫 심리를 마친 상태이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용대)는 오는 7월 1일 해당 가처분소송을 결론짓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4일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SK㈜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의 이 결정으로 정작 SK그룹은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오히려 숨 죽이는 것은 삼성이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SK㈜ 31.87%, SK C&C 43.45%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SK㈜ 7%, SK C&C 6%의 지분으로는 합병에 지장을 줄 수 없다.
반면 삼성물산의 경우 국민연금이 10.15%를 보유해 엘리엇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SK그룹 합병에 반대했던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삼성병원은 물론 호텔신라까지 스며든 ‘메르스’ 공포
합병 과정이 순탄치 않은 동안 생각지도 못한 변수까지 이재용 부회장을 흔들고 있다.
서울삼성병원이 메르스 전파의 중심에 서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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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
서울삼성병원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지적받더니 지난 11일 국회에 참석한 이 병원 의사는 “(서울삼성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대답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이 번지다보니 (주)호텔신라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지난 13일 확진받은 141번 환자가 확진을 받기 전인 5일에서 8일동안 제주 중문에 위치한 신라호텔을 이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때문에 제주 신라호텔은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했으며 600명에 가까운 직원을 사실상 격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방역을 실시했다. 영업 중단으로 인한 손실이 하루에 3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협력업체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23일 삼성서울병원 운영 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며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인 24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까지로 예정됐던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 기간을 종료기한 없이 연장해 여전히 메르스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진정한 승계는 지분 아닌 리더십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사실상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시작되며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인 삼성의 리더가 됐다.
하지만 이후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는 큰 폭의 매출 부진을 겪었고, 이번에는 막바지 합병에서 헤지펀드에 흔들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만 보더라도 최첨단 의료시설과 최고의 의료진을 자랑하는 서울삼성병원에서 믿기 힘든 대응을 보이면서 삼성그룹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흔들림이 감지되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기존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리스크를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던 삼성만의 시스템이 실종됐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이재용의 삼성'을 완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