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물량 밀어내기'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남양유업이 상고심에서 과징금을 대폭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자 잠잠해졌던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지난 4일 대법원 1부는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남양유업이 불공정거래행위로 부과받은 124억 원 중 5억을 초과한 119억 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일부 제품만 구입을 강제한 것일 뿐 전체 품목을 구입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갑의 횡포’ 대명사 돼버린 남양유업…과징금 124억->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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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폭언 및 욕설파문으로 남양유업 ‘갑의 횡포’ 논란이 촉발됐다. 당시 인터넷에 퍼진 녹음파일에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한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여론이 순식간에 들끓었다.
조사를 진행한 공정위는 남양유업이 전국 1800여 개 대리점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과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로 할당해 구입하도록 함을 물론이고 판촉사원 임금까지 대리점이 절반 이상 부담하게 했다며 과징금 124억 원을 부과했다.
파장이 커지자 김웅 전 대표이사와 임원들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밀어내기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깊게 반성한다면서도 공정위 측에 과징금 경감 이의신청을 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기업 이미지는 곤두박질쳤고, 이는 곧 실적악화로까지 이어졌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불매운동 영향으로 남양유업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2월 남양유업은 "구입 강제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과징금을 매긴 처분은 위법"이라며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결국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과징금 124억 원 중 119억 원이 취소돼 납부해야 할 과징금이 총 5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난 4일 대법원 역시 이러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여론은 또 한번 ‘부글부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형적인 대기업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원성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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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 씨(33)는 “부정하게 얻은 이익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해야 기업들이 조금이라도 투명하게 경영을 할까 말까인데 과징금을 이렇게 깎아주니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정당하고 공정하게 기업 활동을 하려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인터넷 상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라 놀랍지 않다고 말하는 대부분들의 소비자들 역시 한편으론 씁쓸함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다시 한 번 강하게 불매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으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부터 이미 남양유업 제품을 꾸준히 불매하고 있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이미 소비자들에게 ‘갑질’ 기업의 대명사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남양유업은 과징금을 아끼려다 오히려 논란에 또 한번 불을 짚여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당사자인 남양유업 측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작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6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다 7분기 만에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한 남양유업은 다시 불거진 해당 이슈가 부담스러운 눈치다.
남양유업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