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시작해 올해로 7년 째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직장인 김 모씨(26)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간편식 제품들이 반갑다.
그는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지만 요즘은 워낙 바로 앞 편의점만 가도 국물 음식과 반찬을 구입할 수 있어 든든하게 잘 챙겨먹고 있는 편”이라며 “신제품들이 눈에 띄면 과감하게 도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해 식품업계 핫 키워드 중 하나로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식품업계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 캠핑·아웃도어 문화 확산, 인기 요리프로그램에서 비롯된 ‘집밥’ 열풍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맞물려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1990년 9.0% 수준에서 2014년 25%를 넘어 2025년에는 31.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AT센터가 발행한 <2014년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에서는 가정간편식 구입 경험이 2012년 55.3%에서 2014년 72.6%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1인 가구 증가와 식료품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인해 ▲RTC(Ready to cook), ▲RTH(Ready to heat), ▲RTE((Ready to eat) 등으로 세분화되는 간편식 시장은 2009년 약 7,170억 원 규모였던 것이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에는 1조7,000억 원 규모에 이르렀다.
과거 간편식은 몸에 해로운 인스턴트식품 이미지가 팽배했지만, 간편식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면서 관련 시장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실패없는 '간편식' 식품업계 든든한 효자상품
관련 시장이 커지자 식품기업뿐 아니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도 PB상품을 통해 간편식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주력 중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싱글즈 프라이드’를 출시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출시 이후 간편식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신장했다. 이에 따라 기존 46종에서 100여 종으로 두 배 이상 확대 전개했다.
‘피코크’를 출시한 이마트도 현재 410여 종인 것을 연말까지 700종 이상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며, 현재 580여 종의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마트 역시 단계적으로 종류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오뚜기 역시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여러 신제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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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 라밥 |
최근 출시한 라밥은 '간편함'과 '든든함'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제품으로 기존 용기면과 같이 끓는 물만 부으면 바로 조리가 가능하다. 또한 휴대가 간편하고 포크가 들어 있어 어디서나 바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포인트. 생산공정 개선을 통해 식감을 향상시킨 밥이 들어 있어 일반 컵라면보다 든든함을 느낄 수 있다.
오뚜기는 특히 간편식 중에서도 3분카레, 3분짜장 등 레토르트(파우치에 담겨 전자렌지나 끓는 물에 데워먹도록 만든 제품) 분야의 전통 강자다. 닐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레토르트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오뚜기는 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기반 삼아 황제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대상은 2013년 2월 아침대용식 '청정원 정통 컵국밥 4종'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총 19개의 간편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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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청정원 ‘밥이라서 좋다’ 컵볶음밥 |
간편밥 제품 출시의 포문을 연 '청정원 정통컵국밥'은 ‘언제 어디서나 국물과 밥을 간편하게 즐기자’는 기획의도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뜨거운 물을 부어 4분 30초만 기다리면 갓 지은 밥의 식감과 시원하면서도 진한 국물 맛을 조화롭게 만끽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은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들이나 야외 활동이 잦은 캠핑족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입소문을 타면서 TV광고와 같은 특별한 홍보활동 없이도 출시 두 달 만에 30만 개가 판매되는 등 기대이상의 선전을 보였다.
대상은 올해도 지난 해 대비 30% 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7월에는 '밥이라서좋다' 볶음밥 2종을 출시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간편하기만 해서 되겠어?"…건강까지 생각하는 '간편식'
업체들은 특히 기존 인스턴트 제품의 느낌을 최대한 줄이고 맛은 살리는 동시에, 건강함까지 강조하고 있다. 간편식이라고 해서 단순히 한 끼 대충 때운다는 개념을 벗어나 음식의 ‘맛’은 물론 ‘영양’까지 챙긴다는 개념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등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취나물을 이용해햇반 취나물밥을 출시했다. 상온 즉석밥 중 최초로 나물을 넣어 출시된 제품으로, 사시사철 언제나 별도로 나물을 손질해 밥을 지을 필요 없이 취나물의 향과 맛을 담은 밥을 즐길 수 있다. 밥 위에 나물을 얹는 방식이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나물과 밥이 잘 섞이도록 한 기술력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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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제일제당 햇반 취나물밥 |
햇반 취나물밥은 지난 3월 출시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햇반 슈퍼곡물밥’과 같이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니즈를 반영한 제품이다. 곡물 이외의 원물 재료를 사용한 첫 제품으로, 건강밥 카테고리 공략 강화로 이어져 시장이 활성화되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즉석밥 시장은 1,800억 원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향후 5년~10년 안에 전체 즉석밥 중 건강밥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수준으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석밥을 먹더라도 ‘건강한 한끼’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당분간 1인 가구의 비중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강 회복을 위해 먹는 복날 보양식도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청정원 ‘홍삼갈비탕’, 아워홈 ‘고려삼계탕’, 이마트 피코크는 ‘녹두삼계탕’, ‘전복삼계탕’, ‘들깨삼계탕’ 등 보양식의 기능은 갖추고 간편함을 더해진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보양식만은 직접 정성 들여 조리해 먹어야 한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전자레인지에 데워 간편하게 해결하는 추세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특히 이마트는 최근 ‘국산의 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남원시(시장 이환주)와 공동 개발한 피코크 ‘남원 추어탕’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를 시작으로 이마트는 국내 우수 농산물을 원료로 한 간편가정식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번 상품 개발은 과거에 이마트가 자체 또는 맛집과의 제휴를 통해 상품을 개발하던 방식을 넘어 지방자치단체와 제휴를 통해 간편가정식을 출시한다는 측면에서 보다 진화된 개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유명 산지의 우수한 원재료를 사용해 지역 특산물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지역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대상 가정간편식 담당 오민우 차장은 "간편함을 즐기는 4인 이하 가구와 싱글족의 증가로 가정간편식 시장은 그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한다는 수준의 빠르고 편리함을 넘어서 집에서 만든 느낌의 깊은 맛과 함께 한 끼 섭취로 충분한 영양을 제공받을 수 있는 간편영양식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