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PB상품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영역이 화장품까지 확장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PB(Private Brand, 자체 브랜드)상품 시장은 식료품을 벗어나 생필품, 화장품, 가전제품,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출시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갖춘 PB상품들은 합리적인 소비의식 확산과 맞물려 인기가 한창이다.
특히 한류 열풍, K뷰티 등의 영향으로 PB화장품은 소비재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가도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은 PB시대”…브랜드 충성도 제고·매출 견인 효자노릇 ‘톡톡’
소비 위축, 의무 휴업, 점포 포화상태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장기간 악조건 속에서 PB상품은 유통업계의 구원투수로 떠오르며 매출을 견인 중이다.
실제로 이마트(대표 이갑수)는 올 1분기 PB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4% 증가한 데 힘 입어 13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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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마트 '솔루시안' |
고객 방문 횟수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372만 명) 증가했다. 홈플러스 역시 1분기 PB상품 매출이 21% 증가했으며, 편의점 CU는 22.8%, 세븐일레븐은 25% 성장해 PB상품의 저력을 실감케 했다.
과거 ‘싼 맛에 산다’는 인식이 강했던 PB상품은 이제는 탄탄한 중견 제조업체와의 협력으로 우수한 품질경쟁력까지 갖춰 소비자들 사이에서 NB(National Brand, 제조업체 브랜드)상품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으며 신뢰도를 차츰 높이고 있다.
특히 단일 유통채널에서만 판매되는 ‘특별함’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과 따로 유통 마진이 저렴해 수익성이 높다는 점은 유통업체가 PB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PB를 바르자” PB화장품 출시 ‘봇물’…대형마트·편의점까지
최근 유통업계의 PB화장품 출시가 눈에 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부터 헬스&뷰티숍, 편의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홈쇼핑 업체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화장품 시장에 눈독을 들이면서 독점 브랜드 수입과 PB브랜드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화장품 전문 업체 엔프라니와 손 잡고 화장품 브랜드 ‘솔루시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솔루시안 라인의 대표 아이템인 ‘3초세럼’은 지난해에만 10만 병 이상 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러한 인기에 힘 입어 이마트는 올해 1월 노화방지 화장품 ‘솔루시안 리페어’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솔루시안 시리즈의 인기로 엔프라니는 대형마트 매출이 전년대비 80% 이상 상승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화장품 브랜드숍에 밀려나 설 자리를 잃고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에 고심 중인 중소기업의 판로를 돕는 동시에 자체 브랜드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유통업체의 뜻이 맞아 떨어지면서 윈-윈 전략으로 PB화장품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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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린' |
또 다른 대형마트 홈플러스(사장 도성환)는 한생화장품(대표 박혜린)과 손잡고 고기능성 한방 화장품 ‘린’을 출시했다. 기존 고급 한방 화장품에만 사용되던 인삼 성분을 주원료로 하면서도 양 측의 협업으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엘르걸, 식물나라 등 지난 2011년부터 PB상품을 꾸준히 론칭해 온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은 지난 6월 7번째 자체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를 론칭했다. 소셜커머스 티몬도 지난 10월 마스크팩 제조 업체 제닉과 함께 자체 브랜드 ‘티젠’을 출시했다.
심지어 편의점 업체도 화장품 PB상품을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P&D코스켐과 손잡고 휴대가 용이한 소용량 화장품 6종을, GS25는 코스팜과 함께 소용량 미니 파우치 형태의 화장품을 선보인바 있다.
▶온라인이 주도한 PB화장품…'완판' 행렬
앞서 오픈마켓 등 온라인쇼핑몰과 홈쇼핑업체들은 이미 발 빠르게 PB화장품을 선보인 바 있다.
홈쇼핑업체인 CJ오쇼핑은 2008년 8월 화장품 브랜드 ‘SEP’ 론칭 이후 지난해까지 총 1,000억 원의 누적 주문 금액을 기록했다. PB화장품의 고급화를 표방하며 2012년 선보였던 ‘르페르(REPERE)’는 중동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G마켓은 2012년 미즈온과 손잡고 PB 색조화장품 브랜드 아이엠 선보였고, 출시 1년 만에 론칭 초기 보다 월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할 만큼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옥션은 지난 해 12월 OEM 전문기업 메이포레와 공동 기획한 브랜드 ‘에이썸’(A’SOME)을 선보였다.
11번가는 지난 2013년 PB상품으로 맥퀸뉴욕 CC쿠션커버와 쉬즈리얼 퍼퓸 샴푸세트를 출시했다. 당시 유사제품이 4만 원 대에 판매되고 있는 것에 비해 11번가는 1만 원 대까지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해당 제품은 출시한지 열흘 만에 6,000개가 팔려나가며 초기물량을 완판시켰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류 바람과 함께 해외에서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은 소비재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매출 구조도 좋다. 또한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PB상품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체와 협업해 손쉽게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앞으로 PB화장품이 더 많이 출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