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갑의 횡포’로 공분을 샀던 남양유업(대표 이원구)이 당시 ‘밀어내기(구입강제)'에 대한 증거를 은폐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또 한번 물의를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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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갑의 횡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남양유업에 12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남양유업은 과징금이 과도하게 매겨졌다면서 공정위 판단에 불복하고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은 이 소송에서 올해 1월 고등법원에서 승소했으며, 지난 6월에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해 부과받은 총 과징금 124억 원 중 119억 원이 취소됐다. 판결 사유는 과징금 산정이 정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남양유업이 사전에 과징금 산정을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되는 ‘로그 기록’를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남양유업, 밀어내기 핵심 증거인 ‘로그기록’ 삭제?
지난달 23일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남양유업 대책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남양유업이 전산 발주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서 로그기록을 복원이 안되도록 삭제했다"며 “남양유업 대표를 '증거 은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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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기록’은 점주의 발주량이 담겨있는 자료로 공정위 과징금 산정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밀어내기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중요한 증거로 꼽힌다.
남양유업은 바로 이 로그기록을 내부 전자발주시스템인 ′팜스21′ 개선 작업 과정에서 삭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증거를 인멸한 셈이 된다.
민 의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소송과 대리점 점주들의 민사소송을 위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로그 기록’이다”라며 “남양유업은 ‘로그 기록’을 3차례에 걸쳐서 조직적으로 삭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7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결코 삭제하거나 은폐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공정위 미온적 대응 ‘도마 위’
민병두 의원과 남양유업 대책위에 따르면 공정위가 남양유업과의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한 핵심 이유는 관련매출액 산정 과정에서 공정위가 밀어내기 제품과 아닌 제품을 합산해 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위가 남양유업이 이메일을 통해 밀어내기를 지시한 정황은 입증했지만, 과징금 금액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수치적 증거 수집은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
민 의원은 “사건초기 공정위는 대리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지도 않았고, 로그기록의 존재는 알지도 못했다”며 “한마디로 공정위 측이 법리적으로 무사 안일하게 엉터리 대응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1월 고등법원에서 과징금 119억 원이 취소되는 판결이 나온 이후, 3월경에 한 대리점 점주가 공정위에 연락을 해 로그기록의 존재 및 의미를 말해줬지만 공정위 측이 미온적 대처를 보였고, 결국 6월에 대법원에서 과징금 119억 원 취소 판결이 확정됐다는 것이 민 의원 측의 주장이다.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 증거인멸죄 등으로 법정行
민 의원과 대리점주들은 남양유업 대표와 로그기록 삭제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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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의원과 대리점주들은 로그기록 삭제를 최종 지시한 남양유업 이원구 대표와 부탁을 받고 로그기록을 삭제한 퍼펙트정보기술 김 모 대표가 ▲증거인멸죄 ▲정보보호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남양유업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 특별히 언급할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남양유업은 ‘밀어내기 사태’ 이후 일부 점주들에게만 피해보상금을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총 1,800여명의 남양유업 대리점 중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선’ 106명의 점주에게는 1인당 8,000만 원이 지급됐지만 ‘투쟁에 나서지 않은’ 대다수 점주들에게는 별도의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