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아이돌 반열에 오른 god의 데뷔곡 <어머님께>에는 전국민의 심금을 울린 가사가 있다.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약 20년 전인 1998년 12월 등장한 이 노래는 god가 국민 아이돌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지만 당시 짜장면(2011년 국립국어원은 자장면, 짜장면을 복수표준어로 인정)이 가지는 위상을 말해주기도 했다.
졸업식엔 짜장면, 가족 외식엔 돼지갈비, 회식엔 삼겹살 등 외식 문화는 아직도 익숙한 풍경이며 또한 밥의 옆자리에 자리잡은 국이나, 온가족이 함께 숟가락 같이 담그며 먹는 찌개 등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식문화가 많다.
god가 데뷔한지 17년이 지난 지금, 멤버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식문화도 많이 변했다.
컨슈머치는 2016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식문화를 짚어 보고 그 특징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주방에 들어가는 남자가 더이상 흉이 아니다. 오히려 대세가 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유명 맛집을 찾아가 즐기는 '먹방'을 한 단계 뛰어넘어 레시피를 따라 직접 음식을 만드는 '쿡방(Cook+방송)'에 열광하고 있다.
쿡방 열풍은 식품·주방용품 등 관련 업계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도 할 수 있어"…'쿡방'의 매력
대한민국은 현재 반박의 여지없는 ‘쿡방’ 전성시대다.
본격적으로 쿡방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부터다. 그렇다고 이전에 요리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 구하기 어렵고 비싼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메뉴 또한 비전문가가 따라 할 수 없는 서구식 고급요리가 주를 이루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삼시세끼> 등은 대부분의 가정에 있을 법한 재료와 기구들로 요리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메뉴를 소개한다.
이러한 TV프로그램들이 소비자들에게 '우리집에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자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사 먹는' 음식에서 ‘만드는' 음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쿡방'은 특별하기보다 익숙한 일반적인 가정식 메뉴인 이른바 '집밥'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식재료·주방용품 매출 껑충
'집밥'이 유행하자 자연스럽게 이에 필요한 간편식, 양념장, 조미료 등 가정용 식재료와 각종 주방기구 및 용품 관련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쿡방으로 가장 재미를 본 건 역시 식품업계다.
한 예로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 씨가 ‘만능 양념장’, ‘만능 간장’ 등의 레시피를 공개하자 양념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며 짧은 기간 매출이 폭증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던 양념 및 조미료시장에 일대 반전을 일으킨 것이다.

또 통조림 요리가 방송을 타자 이후 일주일 간 한 대형마트의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대비 284%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오픈마켓에서도 통조림 판매량이 전년대비 1,332% 급증했다.
최근 ‘차줌마(배우 차승원)’, ‘백주부(방송인 백종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등 남성에게는 좀처럼 붙지 않던 ‘요리’ 관련 신조어 및 애칭까지 생겨날 정도로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로 잡아가는 흐름이다.
이는 주방용품 업계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남성들이 공구용품이 아닌 주방용품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오픈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남성들의 주방용품 구매는 전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타깃층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업계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요섹남이 대세”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진 男心
덩달아 요리를 배우는 남성도 늘어났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총 3회에 걸쳐 ‘요리하는 남자’ 콘셉트의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 평소 요리할 기회가 드문 아버지나 맞벌이 남편, 독신 남성에게 요리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롯데·현대백화점 등 문화센터에서도 속속 남성들을 위한 쿠킹 클래스가 신설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내 주민을 대상으로 남성들을 위한 요리 교실을 활발하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요리를 할 줄 모르는 남성 은퇴자 혹은 예정자를 대상으로 '은퇴준비 삼시세끼 요리교실'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쿡방 열풍으로 식음료 관련 기업들뿐 아니라 주방용품, 전자제품 업체들까지 수혜를 입은 곳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특히 요리에 대한 수요가 남성들로까지 확대되며 관련 매출이 급증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라고 말했다.